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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야 Mar 31. 2022

우리동네 사람들

#05 우리 아파트 청소아주머니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던 중 큰 쓰레기함 같은 압롤박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쳐다봤다.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장화를 신은 청소 아주머니께서 그 안에서 앉아서 쉬고 계셨다. 옆에 잘 꾸며놓은 벤치도 있는데, 주민들의 눈치가 보이시는지 마치 숨어있는 듯했다. 


“왜 이런 곳에서 쉬세요? 저기 벤치에 쉬시거나, 아님 직원들 휴식공간이 따로 없어요?” 

 

 “하하, 여 말고 직원들 쉬는 곳이 따로 있긴 한디, 거는 점심 도시락 까묵을때 잠시 쉬고, 일할 때는 여서 잠깐 목도 축이고 앉았다 일하요.” 


 “아. 그러시구나.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세요? 힘들진 않으세요?” 나는 또 물었다


“9시에 와가꼬 4시에 마치는데 공휴일과 주말 지나고 오며는 정리할 끼 느무 많아가꼬 일찌감치 나와서 일을 해야 4시에 마칠수 있드라고예. 그래도 공휴일, 주말 다 쉬니까 이만한 직장이 오데 있나? 주민들도 잘해 주시가꼬 정이 들으가 계속 쭉 여서 일하고 싶은데 회사도 계약기간이 있으이 내년되며는 으찌 될지 모르겠네예. 아이들 아버지가 고마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일은 해야하고, 할 줄 아는 거도 엄꼬해서 대학교의 청소일부터 안했습니꺼. 그래도 자식 세 명 대학 다 보내고, 시집, 장가보내고 이제 막내 결혼만 앞두고 있는 기라. 아이고 진짜로 힘들게 살았고 마는…. 얼마나 힘든지 말로 다 몬 하지~. 우리 첫째가 공부를 으찌나 잘했는데, 집안 형편이 이래가꼬 성적은 되는데 가고싶은 대학에 몬가서 그때 얼매나 울었는지 모른데이. 하고싶은 기 따로 있었는데 그거를 몬해준기라. 둘이서 펑펑 울었다카이. 그때 생각카믄 아직꺼정 맴이 아프다이요.” 


 아주머니는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깊게 파인 주름은 그날따라 눈에 더 띄었다. 그간의 힘든 세월이 느껴졌다.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어떤 고난도 가족이 있기에 함께 이겨내고 때론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희생을 해야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게, 아니 살아내는 것이 가족이고 삶인가 싶다. 늘 배려하고 이해하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신 아주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히 행복하게 사셨음 좋겠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쓰레기장에 갔다. 어김없이 아침 첫 청소는 그곳부터 시작하고 계셨다. 나를 보시더니 반가운 표정을 지으시고는,

 “출근하니라 바쁠낀데 내가 버려줄테이 여 그냥 두고 어여 출근이나 하이소~”

 “아니예요. 괜찮아요. 제가 버릴게요.” 하며 오늘도 미소 짓는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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