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혜 Jul 24. 2023

육아의 두 가지 포인트

선생님 어떻게 길러야 할까요ㅠㅠ


아이를 기르는 일은 어떤 말로도 잘 설명하기 어렵다. 부모의 성향, 아이의 기질, 양육의 환경, 나이 등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생기고 저마다 가지고 있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놀이치료실에서 부모 상담을 하면 육아에 대한 천차만별의 생각과 마주하게 된다.   


아기 때부터 바이링구얼(다중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위해 애쓰는 부모가 있다. 내가 만난 부모들은 거의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를 모국어로 만들어 주겠다는 신념으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노력했다. 영어노래, 영어하는 장난감, 영어 동화책, 영어 영상, 원어민 선생님과의 수업, 영어 유치원 등으로 애쓰면서 결과물을 기대한다. 경험상 이런 부모들은 사연이 있다. 영어를 못해서 자존심이 상했거나 열등감을 느꼈거나 아니면 외국어에 대한 열망이 있거나... 부모의 사연과 열정으로 아이는 두 가지 모국어를 습득해야만 한다. 


몇 년 후 결과는 참 놀랍다. 부모의 노력으로 두 가지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어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경우를 봤다. 육아방송에 나와 언어 교육의 좋은 예로 인터뷰도 하고 엄마표 영어로 책을 내기도 한다. 다른 결과도 있었다.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를 하기는 하는데 모국어 수준이 아닌 둘 다 제2 외국어 수준이었다. 적어도 한 가지 언어는 모국어 수준이 돼야 또래 친구들과 대화도 하고, 자기의 생각과 의견을 말로 전달할 수 있다. 자신의 상황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해 불만이 가득하고 과하게 화를 내기도 한다. 또 다른 결과로 부모와 사이가 안 좋아진 경우, 영어 동영상을 틀려고 하면 화를 내는 경우, 아예 말을 안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바이링구얼의 좋은 예가 되고도 부모와 사이가 안 좋아진 경우도 있었다. 왜 같은 노력을 하며 길렀는데 다른 결과가 되었을까.



아동기 초기 부모가 붙잡고 가야 하는 육아의 두 가지 포인트를 놓쳤기 때문이다. 아동기 초기  바이링구얼보다 중요한 것은 정서의 안정과 좋은 습관이다. 부모 자녀 간의 안정애착, 무조건적 사랑과 수용 경험, 존재로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눈 빛, 마음이 통하는 대화 등으로 정서의 안정을 주어야 한다. 안정애착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에 아주 중요한 베이스가 된다. 문제는 정서의 안정에만 신경을 쓰면 부작용이 생긴다. "힘들었구나, 실망했구나" 등의 마음 읽기만 하면 초등학생이 되면 "방 좀 치워라, 옷 벗으면 빨래 바구니에 좀 넣어라, 연필은 좀 스스로 깎자, 왜 학원 시간을 못 맞추니" 등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게 된다. 정서의 안정과 동시에 일상의 좋은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매일 청소를 해주면서 "힘들구나"라고 마음을 읽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활습관, 생각습관, 행동습관, 학습습관, 대화습관... 일상에서 자기 스스로 자율적인 생활이 가능할 수 있게 알려주어야 한다. 결국 정서의 안정과 좋은 습관이 균형을 이룰 때 아이는 잘 성장할 수 있다. 



같은 열정으로 노력하였는데 정서의 안정은 없이 이중 언어습관만 키운 경우 부작용이 생긴다. 두 가지 언어를 습득했지만 그 언어로 다른 사람과 친밀한 대화,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하기 어렵다. 반대로 정서의 안정만 챙기면 어르고 달래서 언어습득을 위해 아이의 비위를 맞추게 된다. 일일히 책을 펴주어야 하고, 영상을 틀어달라는 대로 틀어 주어야 하는 등 부모가 하나하나 시중을 들게 된다. 점점 자율성이 낮아지고, 자율성이 낮으면 일상에서 반복되는 잔소리가 늘게 되고 결국 크게 화를 내게 된다. 



정서의 안정과 좋은 습관의 균형을 강조하다 못해 가끔은 강요한다.  이 두 가지를 잘 쌓아 놓아야  부작용 없이 바이링구얼도 하고 자격증 시험도 보고, 스스로 친구도 사귀고 자신의 인생을 디자인할 수 있다. 무엇이 먼저인지 기억해야 한다. 육아에 대한 천차만별의 경우를 마주할 때마다 이 두 가지에 대해 꼭 전달한다. 정서의 안정과 좋은 습관의 균형이 많은 부모에게 각인되길 기대해  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