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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Aug 07. 2023

양육의 정석

기본편


고등학교 때 문과였지만 수학을 좋아했었다. 고전문학 같은 '수학의 정석'을 열심히 풀곤 했다. 개인적으로 수학의 정석은 아주 안전하고 탄탄한 과정으로 되어있어서 좋아했다. 보통 기본 과정, 심화과정, 응용과정으로 한 챕터를 구성한다. 기본과정에서는 이번 단원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기본 이론을 그대로 적용한 예시 문제의 풀이과정을 보여 준다. 이론과 실제를 잘 익힐 수 있도록 설명을 자세히 해주어 혼자서도 거뜬했다. 그리고 기본 문제들을 주고 연습을 하게 한다. 기본 이론에 대한 개념이 잘 익혀졌다고 느낄 때 심화문제를 제시한다. 약간 어렵게 느껴지지만 기본 개념을 탄탄하게 익혔다면 무난히 풀 수 있도록 난이도가 조정되어 있다. 기본과 심화문제를 익히면 응용문제로 넘어가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응용과정은 심화문제와 같이 기본이론에 대한 탄탄함만으로 풀기는 어렵다. 다른 이론들도 잘 숙지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한 두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답안지를 보게 된다. 답안지는 친절한 풀이과정과 핵심 이론들을 자세히 설명한다. '수학의 정석'을 풀면서 내가 스스로 이해하고 있다는 자신감과 성장하고 있다는 안심이 들었다. 


 



엄마가 되었다. 아동심리를 공부한 전공자 이자 부모교육 강사로 아는 것은 많았지만 아는 대로 적용되지는 않았다. 첫째에게는 정답이었는데, 둘째에게는 오답이었다. 옆집 아이에게는 정답이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안 맞았다. 어제는 정답이었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금쪽이에서는 정답이었는데 우리 집은 상황이 달랐다. 기과정과 심화과정 그리고 응용과정을 거치면서 연습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 때 그때가 실전이었고 되돌릴 수 없었다. 기본개념과 문제 풀이가 있다면 이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양육의 정석'이라는 책을 찾고 싶었다. 찬찬히 이론 개념 익히고 기본 문제 풀고, 심화문제 풀고, 응용문제 풀면서 성장하고 싶었고 안심하고 싶었다. 


 



쏟아지는 육아서들을 보면서 '양육의 정석'은 찾지 못했다. 



"괜히 그 때 학원을 많이 보냈어"

"첫째 때 몰라서 전집을 몇 세트나 샀잖아"

"난 유치원 때 영어 안 가르치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돈 아까워" 


"그 때 학원을 꾸준히 보냈더니 공부습관이 잘 들여져서 서울대 갔잖아"

"전집을 몇 세트 산 덕에 애가 책을 많이 읽게 되었어"

"유치원 때 영어를 가르쳤더니 부담없이 영어를 하더라고"






뭐가 정답일까? 결국 '양육의 정석'은 없다. 세상에 단 한 명인 아이에게 맞는 답은 부모가 찾아가야 하는 것이었다. 양육의 정석은 답보다는 답을 찾아가는 풀이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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