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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몰라요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by 김지혜


#1. 5살 친구의 학습지 사랑

하루에 학습지 한 권을 다 풀어요.
그만하자고 해도 재밌다고 계속하자고 해요.
저도 애 엄마도 공부에 큰 취미가 없었는데 애가 공부 스타일이에요.
한 번 시작하면 한 시간은 거뜬해요.
문제는 그만하자고 하면 난리 난리 나요.
좀 힘들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요.
이러다 우리 집안에 서울대생 나오겠어요.
(흐뭇하고 흐뭇하게 하하하)


#2. 6살 친구의 편의점 사랑

매일 저녁 편의점에 가지고 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관없어요.
비 오면 우산 쓰고 눈 오면 패딩 입고 나가면 된다네요.
그것도 꼭 우리 단지 말고 옆 단지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달래요.
미리 마트에서 간식을 사다놔도 꼭 없는 거 찾아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저희 애 이름을 알 정도예요.
날씨 안 좋아서 집에 있는 거 먹자고 하면 울고불고하네요.
꼭 그 시간에 원하는 것으로 사 먹고 싶다네요.

#3. 7살 친구의 야구 사랑


아이가 야구를 너무 좋아해요.
애 아빠가 야구를 좋아하는데 이런 것도 유전인지 매일 야구 중계를 봐요.
월요일이랑 비 오는 날 야구 안 하면 그렇게 아쉬워하네요.
야구중계가 늦게 끝나서 9시쯤 자자고 하면 야구보고 싶다고 통곡을 해요.
그러니 매일 밤늦게 자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 짜증 내는 생활이 반복돼요. 저는 야구 시즌이 너무 힘들고 싫어요.

세 친구의 공통점이 있었다. 부모님께 상담 의뢰 내용을 듣고 놀이치료실에서 친구들을 만날을 때 학습지 사랑, 편의점 사랑, 야구사랑은 진짜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부모님들께 자주 인용하는 노래가사가 있다.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노래는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로 시작한다.



#1. 5살 학습지 사랑 친구의 진심


아빠랑 놀고 싶다.
아빠는 내가 놀자고 하면 5분 정도 놀아 주고, 이제 혼자 놀라고 한다.
난 이제 시작인데 아빠는 이미 핸드폰을 보고 있다.
일해야 한다고 하고, 바쁘다고 하지만 유튜브 보고 있는 거 다 안다.
맨날 피곤하다고 나랑 놀지 않는다.
그런데 학습지를 하면 아빠가 기특해한다.
모른다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고 진짜 잘한다고 감탄한다.
이러다 서울대 가는 거 아니냐면서 너털웃음을 짓고 옆 쪽 문제도 해보라고 한다. 아빠랑 마주 앉아서 놀고 싶지만 안 된다면 학습지라도 하겠다.
난 아빠랑 같이 뭘 하고 싶으니까.



#2. 6살 편의점 사랑 친구의 진심

아빠가 퇴근했다. 아빠랑 말하고 싶다.
그런데 아빠가 동생을 안았다. 나는 컸으니까 혼자 놀라고 하거나 TV를 틀어준다.
나도 아빠가 안아줬으면 좋겠다.
집에 있으면 아빠가 동생을 안아주고 있어서 내가 말해도 못 듣기도 한다.
그러면 내가 계속 아빠를 부르고 아빠는 책을 읽으라고 한다.
아빠랑 단 둘이 말하려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갈 구실이 필요하다.
그렇다 편의점이 딱이다. 간식은 거들뿐 난 아빠와의 대화가 하고 싶다.




#3. 7살 야구 사랑 친구의 진심

아빠랑 친해지고 싶다. 그런데 아빠는 야구랑 친하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보다가 잘 때까지 본다.
아빠랑 친해지기 위해 아빠랑 친한 야구에 흥미를 갖기로 했다.
월요일이랑 비 오는 날 야구를 안 보면 아빠랑 안 친한 것 같아서 불안하다.
엄마가 늦었다고 야구 그만 보라고 하면 아빠랑 안 친해질까 봐 걱정이 된다.


학습지 안 해도 됩니다. 학습지 한 시간 대신 마주 앉아서 다양한 놀이를 하세요. 편의점 안 가도 됩니다. 편의점 대신 동생 없이 아이 방에 들어가 단 둘이 대화를 하시면 됩니다. 야구 안 봐도 됩니다. 아이의 흥미에 아빠가 함께 하면서 친밀감을 느끼게 해 주세요. 난리 나고, 울고 불고 하고, 통곡하는 일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 노래의 중요 포인트는 이 부분입니다.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추신 : 노래 가사를 잘 읽어 주세요. 개인적으로 부모상담을 하면서 특별하게 느껴지는 노래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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