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해결점
세 자녀를 혼자 기르려니 참 힘들어요.
육아를 하면서 계속 지쳐요.
'엄마'라고 부르는데 순간 왜 화가 날까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양육상담을 하다 보면 엄마들이 육아와 살림에 지쳐있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아이들을 다 두고 집을 나가고 싶다고 울면서 이야기하는 분도 있었고, 결혼과 출산을 후회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었다. 심지어 아이들과 남편을 두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었다. 엄마가 우울감을 느끼면 결국 온 가족에게 영향을 미친다. 상담을 하면서 정도에 따라 성인상담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제안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정 안에서 환경의 변화로 해결될 수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남편 또는 시어머니나 친정엄마 등 육아를 함께 하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양육상담 19년 동안 만났던 엄마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나름의 생각을 전달해 본다.
육아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 첫 번째는 "육아와 살림에서 분리된 휴식제공"이다. 예를 들면 한 달에 한번 1박 2일로 혼자 호텔에서 쉬게 해 주었더니 육아 우울이 훨씬 줄어든 경우가 있었다. 집에 있으면 살림이 눈에 보이니 아예 엄마가 1박 2일로 외출을 한 것이다. 이 방법은 아이가 아빠나 할머니와 1박 2일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가급적 아빠가 1박 2일 홀로 육아가 가능한 준비가 되어있길 바란다.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기본 육아를 못하는 아빠가 너무 많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 오전 2시간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연습을 하여 1박 2일까지 가능하길 연습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격 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등 가정마다 규칙을 정하여 꼭 규칙적으로 실행하길 권한다.
두 번째는 엄마도 "돌봄을 받는 자"가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챙겨주는 것이다. 특별히 잠, 영양제, 운동 등 건강에 관한 것을 챙겨주었으면 좋겠다. 자녀가 영 유아기라면 잠은 정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먹는 것보다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도록 챙겨주길 바란다. 영양제나 운동할 수 있는 여건 역시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게 한다면 첫 번째 방법인 "육아와 살림에서 분리된 휴식"이 되기도 할 것이다.
세 번째는 "말"이다. 육아와 살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을 잘 길러줘서 고맙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육아를 해주어서 고맙다" "살림이 해도 티가 잘 안나는데 한결같이 고맙다" 같은 인정하고, 감사하는 말이 필요하다. 육아와 살림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기보다는 특별하고, 감사한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어떤 엄마에게는 이런 표현이 두 번째에서 말한 "돌봄"의 느낌을 주기도 할 것이다.
과학적으로 실험하고 통계로 데이터를 낸 방법은 아니지만 19년간 마음이 어려운 엄마들을 상담하면서 결국 육아와 살림에서 벗어난 휴식, 돌봄, 인정과 감사의 말이 있으면 어느 정도 육아 우울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번 주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3박 4일 할머니댁을 다녀왔다. 3박 4일간 "나 혼자 산다"로 생활했다. 주변에서 부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떤 지인은 상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간다고 했다. 3박 4일 동안 밥 안 하고, 빨래 안 하고 출퇴근하고 집에서는 잠만 잤다. 남편은 일하면서 육아까지 하느라 고생했다고 3박 4일간 아이들 걱정 말고 푹 쉬라는 말과 함께 할머니 댁으로 떠났다. 육아와 살림에서 분리된 휴식, 돌봄, 인정과 감사의 말을 동시에 경험했다. 육아와 살람의 반복에서 벗어난 3박 4일 잊지 못할 듯하다.
엄마들에게 "나 혼자 산다"를 찍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