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명절이 힘들어요.
어색한 사촌들과 한 방에 모여있다.
어른들은 애들끼리 놀라고 하는데
진짜 어색하다.
각자 핸드폰만 하고 있다.
중학생이다.
모르는 어른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표정관리가 안 된다.
아빠 엄마는 친척분들께 사춘기라고하는데
진짜 낯설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인사한다.
용돈도 주신다.
엄마가 인사하라고 시킨다.
긴장된다.
잠자리도 어색하고,
차도 많이 타서 피곤하다.
힘든데 아빠는 어른들과 인사하느라
나는 안중에도 없다.
주방에 있는 엄마를 불렀는데
아빠한테 가라고 한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왠지 아빠 엄마 분위기가 이상하다.
차 타면 분명 싸울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지난 명절에도 이런 분위기였다.
차에서 할머니 큰 엄마 고모 차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싸울게 분명하다.
명절에 할머니 댁을 나서서 차를 타면
늘 분위기가 냉랭하다.
명절 연휴가 지나면 상담센터에 문의가 많이 온다. 부부상담도 많고 고부 갈등으로 인한 며느리들의 상담도 많다. 이혼위기의 부부도 있고 냉전 중인 부부도 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이 힘들다. 사실 명절 후 아이들 상담 문의도 많다.
명절에 갑자기 형님네 아이를 때렸어요.
명절 지나고 갑자기 눈을 자주 깜빡여요.
명절 지나고 저희 부부가 격하게 싸워서
아이가 불안해 보여요.
명절에 가족들이 싸움이 났어요.
아이가 계속 무섭대요.
사건도 많고 사연도 많은 명절을 보내는 분들이 꽤 많다. 명절 즈음 맘카페는 명절 스트레스, 남편 스트레스, 고부갈등, 장서갈등, 동서 갈등, 희한한 시어머니 이야기로 가득하다. 브런치 스토리도 "명절과 시댁"주제로 글이 넘쳐난다. 많은 사건과 사연의 중심엔 부부가 있고, 아이들이 있다.
명절을 준비하는 부모의 자세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 글은 부부보다는 부모와 아이에 관한 글이다. 명절스트레스가 없거나 명절 후 부부 갈등이 없어도 아이들을 위한 글이니 참고해 주길 바란다. 6~7세부터 초등학생 아이들 중심이다.
첫째, 명절 전 연휴의 일정에 대해 아이에게 말해주자. 장소도 어색하고, 친적들도 낯설다. 오가는 여정도 힘들 수 있다. 그렇다면 명절에 대해 미리 브리핑을 해 주어 안전하게 해주어야 한다. 일정에 대한 이야기와 누구누구를 만나게 되는지 알려주는 것이 좋다. "어색하지만 인사하자" "잠자리가 바뀌고 낯설지만 아빠 엄마가 잘 살펴줄게" "엄마 아빠가 오랜만에 만난 어른들과 이야기하느라 심심할 수 있으니 미리 놀거리, 먹거리들을 준비했단다" 차례를 드린다면 그 의미와 "절을 하는 타이밍", 성묘를 간다면 그 의미와 "진행되는 절차들 "에 대해 미리 이야기해 주자. 오가는 길에 할 일, 걸리는 시간 등도 알려주자. 작년에 해 봤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명절이 싫은 뉘앙스는 잘 거두어야 한다. 어차피 지낼 것이라면 아이에게 불편한 감정들은 보이지는 말자. 부모의 감정이 아이의 감정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둘째, 명절에 사촌들과 친하게 지내기, 사촌들과 스스럼없이 놀기가 어려운 아이가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인 경우가 많다. 낯설고, 어색하다. 아이들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 오랜만에 만나도 금방 친해지는 아이가 있지만 헤어질 때쯤 익숙해지는 아이들도 있다. 잘 모르는데 사촌이라는 관계로 갑자기 친하게 지낼 수는 없다. 이럴 때 대부분 스마트폰을 하게 된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하기 보다는 아이 연령별로 "다 같이 또 따로따로" 할 수 있는 놀잇감을 준비해 주는 것이 좋다. 톡톡 블록, 보석 십자수, 레진아트, 레고, 팔지 만들기 등의 만들기 키트를 준비하면 어울려 놀기 어려운 아이들이 둥글게 앉아 같이 만들지만 따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촌들 것까지 넉넉히 준비하자. 어떤 집은 종일 스마트폰을 하게 해 주고, 어떤 집은 시간이 정해져 있다. 정해진 시간만큼 다 했다면 남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만화책 시리즈들, 퍼즐, 1인 보드게임, 2~3인 보드게임도 좋다. 시간이 지나 어색함이 조금 풀린 후 쉽게 할 수 있는 것들로 준비하자. 부루마블처럼 돈 계산이 있는 것들은 어렵다. 다이아몬드, 오목 같이 일대일로 할 수 있는 것이나 루미큐브, 슬리핑퀸즈 같은 2~3명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꼭 친해지라고 애들끼리 재미있게 놀라고 강요할 필요 없다. 그리되면 좋은 것이고, 아니어도 할 수 없다. 자주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또 고학년 아이들에게 동생들을 잘 돌보라고 막중한 책임을 주지 말자. 함께 노는 것이지 돌보는 개념은 몇 분은 괜찮지만 몇 시간이 되면 힘들어진다.
셋째, 명절 후 반복되는 부부 갈등의 모습을 아이에게 여과 없이 노출하지 말자. 이런저런 이유로 명절 후 다투는 부부가 많다. 부부싸움은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 냉랭한 분위기로 아이들은 긴장하고 불안하다. 명절 후 갑자기 틱을 보이는 아이, 손톱을 뜯는 아이, 토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긴장과 불안을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울음이 많아진 아이, 화를 많이 내는 아이,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들도 만난다. 격하게 싸우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명절마다 매 번 싸움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아이가 명절이 다가오는 것을 걱정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반복되는 문제라면 아이가 상담을 받을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반복의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시가, 시아버지, 시어머니, 차례, 처가, 장모, 장인, 음식 등 원인이 우르르 등장한다. 부부가 이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아이를 중심으로.
아이 없을 때 격하게 싸우고 아이 앞에서 전혀 싸운 티를 내지 말든지(현실적으로 어렵다), 안 싸우고 넘어가는 법을 터득하든지, 안 싸우는 명절을 조성하든지.... 뭔 수를 내긴 내야 한다. 아니면 명절마다 아이들의 마음이 멍들어 간다. 설 명절 이후나 추석 명절 이후 싸우지 않는 명절을 보내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고 실행하자. 시가와 손절, 명절 스트레스로 이혼, 아이 마음의 멍, 엄마의 한, 아빠의 화 같은 극단적인 문제로 가기 전에 과감한 조율이 필요하다. 아이를 위해서.
알고 있다.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필자는 명절마다 '이번 명절이 끝나면 어떤 사연을 가진 아이를 만나게 될까' 하는 걱정을 한다. 이젠 명절 후 밀려오는 상담문의 전화를 안 받고 싶다.
덧붙이는 말 - 명절에 나와 우리 가정을 돌보고, 아이들의 마음을 지키는 명절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뾰족한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면 사과의 마음을, 힘든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면 위로의 마음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