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기억해 주세요.
운동 좋아하고 에너지도 많아서
스포츠 중심 유치원을 선택했어요.
경쟁률이 높았는데 감사하게 당첨(?) 돼서
서울대 간 것 마냥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딱 한 달 지났는데
아침마다 안 가겠다고 울어요.
운동도 재밌고 선생님도 잘해 주시고
친구들하고 잘 지내는데
왜 매일 안 가겠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서울대 합격처럼 좋았지만 지금은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울어대는 통에 전학을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아이의 힘듦보다 도대체 왜 가기 싫어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다른 아이들은 즐겁게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수영도 하는데 아침마다 가네 마네 하면서 우는 아이와 실랑이가 힘들어 상담센터에 방문하셨다.
3월이 되면 등원하기 싫은 아이들의 상담요청이 많아진다. 그럴 때 나는 조금 기다려 보자고 답한다. 부모님은 조급하지만 3월은 모두 적응기간이라 이런저런 어려움들이 필요하다. 부모님과 선생님, 기관의 도움으로 차츰 적응해 나가는 시간이기 때문에 조금더 기다려보자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적응을 마치는 3월 말에서 4월 초가 되면 뭔가 위기감과 염려를 안고 상담센터에 연락을 한다. 이 때는 아이와 함께 방문하길 권한다.
보통 어린이집을 다니다 5세나 6세에 유치원으로 옮기는데 고려해야 할 점은 많다. 유튜브나 육아서에 보면 거리, 등원 방법, 교사와 학생의 비율에 대해 가장 보편적으로 말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차 타고 30분 등원하는 방법이 안 좋은 방법이라고 단정하지는 말자 한다.
차 타고 30분 이동하면서 왁자지껄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차에서 나오는 음악 듣고 바깥 풍경을 보면서 기운이 살아나고 그 과정이 재미있는 아이들이 있다. 반면 30분 타고 원에 도착하면 이미 지쳐있는 아이가 있다.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같은 등원 방법이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다.
유치원 추천해 주세요.
00 유치원과 ㅁㅁ유치원 중
어디가 좋을까요.
$$ 유치원 다니시는 분
유치원 만족도 어떤지 알고 싶어요.
지나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긴데 왜 밤새 맘카페에 이런 글을 남기고 댓글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그 집 아이와 우리 아이는 다른데 남의 말을 참 열심히 들으려고 한다. 또 유치원 입학 설명회를 6~7군데나 다녀왔다는 분도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과 의견과 정보는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의 성향과 기질이다.
한글과 수, 한자 등의 학습이 특화된 기관, 영어가 특화된 기관, 운동이 특화된 기관, 미술교육이 특화된 기관 등 어떤 영역이 특화된 기관들이 있다. 아이들이 평소 좋아하는 영역이 두드러질 때 선택하거나 부모님의 교육관과 맞을 때 선택한다.
서두에 등장한 부모님은 아이의 관심사가 운동에 있었고 에너지도 많아서 스포츠형 유치원이 딱이라고 철떡 같이 생각하고 입학시켰다. 아이의 말대로 운동은 너무 재미있었고 선생님과 친구들과 특별한 트러블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를 상담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가 힘든 부분이 어떤 영역인지 알겠는데 말로 딱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울고 불고 했던 것이구나.
주변을 둘러보면 스포츠형 유치원에 보내려는 아이 열명 중 여덟 아홉은 비글미가 넘치고 에너지가 많고 목소리도 크고 활동적이다. 넘치는 에너지를 운동으로 풀고 오라는 마음에 선택하신 분이 많다. 그런데 이 친구는 운동을 좋아하고 운동을 잘 아는 아이에 가깝다. 각종 운동의 규칙을 어른 수준으로 알고 있었고, 그 규칙들을 지키면서 경기를 하고 싶어 했다. 골을 넣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패스 동선, 업 사이드, 파울 라인 등을 지키며 경기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뛰고 차고 넣고"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다가 점점 규칙을 알게 되고 지켜나가는 것일 텐데 아이는 이게 아니라고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싶어 했다.
또 워낙 활동적인 아이들이라 줄 서고 기다리는 시간에 티격대격 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다른 아이들에겐 장난이었는데 이 아이에겐 스트레스였다. 운동을 좋아하고 신체 에너지가 높아서 외향적인 아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내면은 섬세하고 민감한 아이였다.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내향적인 아이가 활달하고 규칙보다는 즐겁게 마구마구 공을 차는 아이들 사이에서 조금씩 지치고 있었다.
결국 우리 아이에게 딱이라고 확신한 유치원을 떠났다. 집에서 가까운 원을 선택했고 하원 후 요일별로 축구교실, 농구교실, 골프교실을 다녔다. 소규모로 규칙 배우고 지키는 경기를 해보면서 만족도는 쑤욱 올라갔다.
유치원을 선택할 때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관심 있는 것을 선택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그전에 아이가 어려워하는 것, 힘들어하는 것을 먼저 제거하고 선택하자고 한다. 유치원을 선택할 때 좋아하는 운동만 생각했지 힘들어하는 "시끌시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예를 들어 미술을 좋아하는데 차량 동선이 30분이다. 그런데 아이가 평소에 차 타기를 너무 싫어한다면 미술을 좋아하더라도 선택지에서 빼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선택하면 아침마다 원이 싫어서가 아니라 차 타기 싫어서 실랑이를 해야 한다.
유치원 선택을 고민하는 부모님께 다음과 같이 권한다.
첫째, 유치원에서 뭔가 으리으리한 것을 배우길 내려놓길 바란다. 아침마다 스스로 준비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문 밖을 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목표다. 아침마다 가기 싫어서 엄마가 준비시켜 주면 억지로 가고, 늦는다고 혼나면서 가는 것은 아이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즐겁고 스스로 준비한는 아침루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도와주자.
둘째, 유치원은 독립적인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시작이다. 아이의 성향과 기질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 아이가 너무 내향적이라 바꾸어 보려고 활동 많은 유치원을 보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마치 문과인데 의대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이과에 보낸 것과 같다. 물론 문과도 수학을 풀 수 있고 의대를 갈 수 있다. 그런데 이과와 의대를 가는 것은 부모님의 의견이지 아이의 의견이 아이다. 내햐적인 것보다는 외향적인 것이 좋고, 그래서 성격을 바꾸려는 것은 부모님의 의지이지 아이의 마음이 아니다. 아이가 태어난 그대로 존중받으면서 사회생활을 시작 하도록 도와주자. 고작 6살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허덕이게 하는 것이 부모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 물론 그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선한 뜻이라는 것은 더 마음 아프다.
셋째, 아이를 잘 보자.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좋아한다면 얼마큼 어떻게 좋아하는지 살펴보자. 예를 들면 한글 쓰고 한자 쓰는 학습적인 활동을 좋아해서 교육 많은 원에 보냈는데 매일 공부하기 싫다고 한다. 아이가 한글, 한자를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받아쓰기하고 퀴즈하고 한자 급수 테스트는 허덕였다. 원 커리큘럼이 무리였던 것이다. 라면을 좋아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먹을 만큼만 좋아하는데 부모님이 매일 라면을 주시는 것과 같다. 철떡 같이 딱 맞는 원이락 생각했는데....
아침에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성향과 맞는 것이 좋다.
분량과 맞는 것이 좋다.
덧붙이는 말 - 맞벌이의 상황, 동네 마다 다른 원과 아이들의 비율 상황, 원비 등의 경제적인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의 의견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