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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Sep 02. 2023

미운 일곱 살 기분 좋게 지나가기

 어바웃 미운 일곱 살





일곱 살 무렵이 되면 아이랑 부모랑 싸우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집이 많다. 아이가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답을 해주다가 점점 감정싸움이 된다.


 9시에 누우나 9시 15분에 누우나
어차피 9시 40분에 잠이 드니까
9시 35분에 누우면 안 돼요?

나는 못하게 하면서
 아빠는 왜 계속 스마트폰 하는 거예요?

나한테 책 읽으라고 하면서
 엄마는 왜 책을 안 읽어요?

어제 게임 30분 못했던 거 오늘 할래요.
오늘 학습지 많이 했으니까
게임 더 시켜주세요.

끊임없이 이유를 묻고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꼭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따지기도 하고 거래를 하려고도 한다. 마트에 가기로 했는데 비가 억수 같이 내려서 못 가겠다고 하면 "그럴 줄 알았어. 아빤 항상 약속을 안 지키지"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너는 뭐 약속을 항상 잘 지키냐!"라고 따지듯 말하게 되고 요상한 감정싸움으로 번진다.  


라면을 맛나게 먹는 엄마에게  "엄마는 다이어트한다면서 왜 이렇게 많이 먹어요? “라고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말한다거나 일찍 자라고 하면 "나 자면 엄마 아빠는 TV 볼 거면서..."라고 삐쭉삐쭉 댄다.  


씻으라고 해도 꾸물거리고 일찍 자라고 하면 대 놓고 싫다고 한다. 방 정리를 하라고 하면 싫은 티를 팍팍 내고, 툭하면 말대꾸와 짜증 섞인  반항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말들이 밉상인 이유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 때문인 것과 아이의 태도 때문이다. 돌아보면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만 나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아이들에게 일찍 자라고 하고 잠들면 TV를 본다. 9시에 눕지만 10시가 다 돼서 잠드는 것도 아이 말이 맞다. 문제는 말하는 아이의 반항적인 말투, 싫음이 나타나는 표정, 꾸물거리는 태도를 보면 큰소리가 나간다.






아이들이 일곱 살 무렵이 되면 "오늘부터 미워져야지" 하고 결심하는 것은 아니다. 일곱 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의하면  일곱 살부터 구제적 조작기가 시작된다.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실제와 환상을 구분한다. 규칙이나 가치를 이해하고 이성적 판단 능력도 성장한다. 행동으로 했던 것들을 두뇌로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을 언어로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이해도 높아진다. 즉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지능력, 언어능력, 사회성 능력 등이 성장한다. 물론 신체 능력과 정서 능력도 한 층 큰다. 그래서 유아기 시절보다 육아가 많이 편해지고 있는데 다른 면으로 피곤하다.

   



다른 사람과 상황에 대한 자기 생각이 생기고 판단하게 된다. 어릴 때는  엄마 아빠가 책을 읽으라고 하면 읽었다. 하지만 이젠 엄마 아빠는 스마트폰만 보면서 나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말로 표현한다. "엄마 아빠는 안 읽으면서 왜 나한테만 읽으라고 하는 거지?"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고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때 부모는 "말 안 듣는다. 반항한다. 말대꾸한다"라고 느끼면서 속으로 뜨끔 뜨끔 하다.





해결하지 않으면 매일매일 싸운다. TV 시청, 스마트폰 사용, 게임 시간, 씻기, 장난감 정리, 잠자기 , 학습 등 매사에 자기주장이 생기고 나에게 유리한 의견을 강하고 안 예쁘게  어필한다. 이래서 "미운 일곱 살 미운 일곱 살" 하는구나 라며 어느새 화를 내고 있다. 


일단 부모의 의견을 판단할 수 있고, 자기 의견을 주장할 시기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알맞은 규칙을 만들고 태도를 알려주어야 한다. 규칙을 만들 때 충분한 대화와 예행연습을 통해 지킬만한 규칙으로 결정하자. "하루에 책 3권 읽기"라는 규칙을 부모가 결정하고 아이에게 전달했다. 아이는 "일주일에 21권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자율적으로 나누어 읽고 싶다"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일주일간 독서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하면서 아이에게 맞는 독서 방식과 독서량을 결정해야 한다. 부모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나에게 강요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고 부모 역시 책을 읽어야 한다. 매번 규칙을 만들 때 아이의 허락을 받고 결정해야 하는 식으로 잘 못 이해하는 부모가 있다. "충분한 대화"는 자기 의견을 강요하거나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다.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의 생각과 의견,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부모 역시 결정해 주고 시키지 말고 생각과 의견을 잘 전달해야 한다. 이때  전달하는 태도, 말투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지적이 아닌 알려줌이다. 먹는 것, 자는 시간, 씻기 등 건강에 관련된 것은 큰 틀을 부모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씻어 씻어 씻어라고 계속 말하기보다는 몇 시 전까지는 스스로 씻어보자고 제안하고 스스로 씻으러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하자. 씻어라고 말했을 때 지금 바로 당장 씻으러 가야만 하는 육아를 하려고 하면 결국 화를 내고 큰 소리를 내게 된다. 규칙을 세우고 지켜나가기 좋은 연령이다. TV시청, 스마트폰 사용 시간, 게임 시간 등의 규칙을 세웠다면, 자리 잡을 한 달간 변동 없이 지켜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조름에 흔들려서 "오늘만이야"라고 예외를 두면 두고두고 "오늘만 오늘만"으로 흔들림을 당해야 한다. 굳건히 지켜나감이 필요하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나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규칙을 정했고 항상 그대로 지킬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동시에 필요한 것은 아이의 책임감과 독립성을 키워주어야 한다.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일곱 살을 아기처럼 기르면 짜증이 커진다. 독립성의 기회는 매우 매력적이다. 독립된 자신에게 만족감과 유능감을 느낀다. 이 시기는 신체의 성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가정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의 위치에서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위치에서 살아보길 추천한다. 예를 들면, 모닝커피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뜨거운 물은 아직 위험한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커피머신에서 버튼만 누르면 커피가 나오는 기계도 있고, 더치커피에 찬물을 부어 차갑게 마실 수도 있다. 토요일 아침에 토스트 기계에 식빵을 구워 딸기잼과 버터를 놓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역할을 줄 수도 있다.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을 때 덕분에 잘 마셨다. 덕분에 잘 먹었다는 인사는 필수다. 그런데 매 번 과한 칭찬은 지양하자. 책임의 분량은 과한 칭찬보다는 격려와 고마움의 표현이 더 어울린다. 아이의 흥미 분야마다 다르게 정하면 된다. 필자의 아이들은 "커피 머신에서 다양한 커피 만들기 “와 ”편의점에서 가족의 간식을 주문받아 사다 놓기"의 역할을 흥미 있어했다. 덕분에 매일 아침 따아(따듯한 아메리카노), 아바라(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주문하여 마셨다. 다양한 커피 메뉴를 가르쳐 주고 만들면서 한 층 친해지기도 했다. 일곱 살인 나에게 "모닝커피"와 "간식사기"라는 중요한 역할을 주었다는 것에 만족하였다.   


규칙을 정하는 과정의 힘과 지켜나가는 힘을 기르고 작년보다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며 유능감을 느끼게 된다. 책임의 역할로 칭찬보다는 격려와 감사함을 받으면서 사회적 관계를 경험한다.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때 대화하며 규칙을 정하고 실행해 보면서 조율하고 다시 규칙을 정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반항과 말대꾸에 감정적인 반응보다는 흥미 있는 독립적인 영역을 알려주면서 친해지고 도움을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서 성장하는 때여야 한다. 





여덟 살이 되고 아홉 살이 되면 이 시기가 지나가기는 한다. 그런데 잘 지나가야 서로에게 좋고 앞으로도 편안하다. 기분 좋게 지나가길 기대해 본다. 부모의 권위와 아이의 자율성을 마치 반의어로 생각하기도 한다. 


미운 일곱 살 부모의 권위는 유지하되 아이의 자율성을 키우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동시에 일어날 때 "미운 일곱 살"에서 "통하는 일곱 살"이 된다. 


덧붙이는 말 - 일곱 살에 학습을 많이 하면 이 글에서 말하는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부모가 학습분량과 진도를 확인하는데 시간과 힘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규칙을 정하는 일은 토론의 장이 아니다. 함께 생활하며 대화하며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하는 일곱 살"을 위해 대화에 많은 시간과 힘을 쏟아요.

이전 06화 아이와 수다를 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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