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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ge Graph Aug 20. 2016

노랑 교향곡

일상문학 열여덟 번째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를 아십니까? 







아름다움과 잔혹함에 대해 다루었던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인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부터 


어렸을 적 보았던 동화, 

<행복한 왕자>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남긴 작가입니다. 





유미주의 : 미의 창조를 예술의 유일지상(唯一至上)의 목적으로 삼는 예술 사조.



오스카 와일드의 경우 이런 유미주의를 꽃피운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유미주의가 뭔지는 잘 모르더라도 오스카 와일드의 얼굴을 보면 유미주의가 무엇인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눈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초연함과 5대 5로 단정히 가른 머리, 모피코트. 

요새 춤에 살고 춤에 죽는 춤신 춤왕이 있다면

19세기 영국에는 멋에 죽고 멋에 사는 멋신 멋왕 오스카 와일드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멋신 멋왕 오스카 와일드의 시 한 편을 함께 읽으려 합니다. 

그의 시는 진정 멋있거든요! 

오스카 와일드에게 멋있음을 배워봅시다. 






Symphony In Yellow

Oscar Wilde


An omnibus across the bridge

Crawls like a yellow butterfly,

And, here and there, a passer-by

Shows like a little restless midge.


Big barges full of yellow hay

Are moored against the shadowy wharf,

And, like a yellow silken scarf,

The thick fog hangs along the quay.


The yellow leaves begin to fade

And flutter from the Temple elms,

And at my feet the pale green Thames

Lies like a rod of rippled jade.






저는 이 시를 우스갯소리로 "노랑 교향곡"이라고 부릅니다. 

하이든에게 놀람 교향곡이 있다면, 오스카 와일드에게는 노랑 교향곡이 있죠. 


제목을 정확히 해석하자면 노랑 교향곡은 아니고, 

"노랑 속에서의 교향곡"입니다. 






Symphony의 어원인 Symphonia는 그 뜻이 

"agreement or concord of sound"

"소리의 합일 혹은 조화"


즉, 함께 소리를 낸다는 뜻인데요. 

 









오스카 와일드의 Symphony In Yellow에서는 무엇들이 함께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을까요? 






An omnibus across the bridge

Crawls like a yellow butterfly,

And, here and there, a passer-by

Shows like a little restless midge.





옴니버스(사진 속의 마차)가 노란색 나비처럼 다리 위를 지나가고

여기저기의 사람들은 마치 가만히 있지 못하는 작은 하루살이 벌레처럼 지나다닙니다.


시인은 아무래도 다리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든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Big barges full of yellow hay

Are moored against the shadowy wharf,

And, like a yellow silken scarf,

The thick fog hangs along the quay.





노란 짚단을 실은 큰 배들이 그림자처럼 희미한 부두에 정박되어있고

두꺼운 연기가 마치 노란 실크 스카프처럼 부두를 두르고 있습니다. 






The yellow leaves begin to fade

And flutter from the Temple elms,

And at my feet the pale green Thames

Lies like a rod of rippled jade.






노란 이파리들은 점점 시들어 

느릅나무 전당으로부터 흔들리며 떨어지고 

시인의 다리는 옥색 잔물결을 일으키며 곧게 흐르는 

창백한 초록색의 템즈강가에 뉘어 있습니다. 


우리는 시를 읽고 시인이 앉아있는 템즈강가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여러 다른 노랑들, 그리고 그 속에서 울려 퍼지는 조화로움, 느긋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인의 시는 글자로 되어있지만 

템즈 강가의 노오란 풍경이 보이고 

멀리서 들리는 마차 소리, 사람들 소리, 나뭇잎이 강 위에 톡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시인이 들었던, 그래서 시를 써서 남기고 싶었던 

노란색 속에서 울려 퍼지는 교향곡을 우리도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멋'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아름답다, 멋있다고 설명해주어야,

아름다움의 의미를 찾아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로 느껴지는 것. 


그에게 예술이란, 그리고 예술이 주는 아름다움이란 쓸모없지만 

"쓸모"란 것이 없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죠. 



Those who find ugly meanings in beautiful things 

are corrupt without being charming. This is a fault.

Those who find beautiful meanings in beautiful things

 are the cultivated. For these there is hope.

They are the elect to whom beautiful things mean only Beauty.


아름다운 것에서 추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매력이라곤 없는 타락한 자들이다. 

그런 행위는 그릇된 짓이다.

아름다운 것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교양인이다. 이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아름다운 것을 그저 '아름다움'으로만 여기는 자들은 선택된 자들이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서문)




우리의 일상은 아름답습니다.

모든 일상이 다 아름다울 순 없더라도 

아름다운 일상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일상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느끼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오스카 와일드에게 배울 수 있는 '멋'인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 : Realistic Shots





일상문학 숙제

1. 아름다운 일상의 한 순간을 떠올려보자.

2. 그 일상의 이미지에서 추출해 낼 수 있는 색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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