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이 만나러 갔다 온날
2020년 10월, 월마다 찾아오는 연례행사가 찾아오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해 보았다. 첫째 때 보이던 선명한 두 줄이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임신이 아닌 것 같다면서, 마음 쓰지 말라고 했다. 달마다 찾아오는 연례행사가 조금 늦게 오는 것 같으니, 잘 먹고 잘 쉬라고 했다.
아쉬운 마음에 임신테스트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매직아이처럼 내 눈에만 선이 보였다. 희미하게 보일동 말 동한 붉은 줄이 내 눈에 보였다. 정말 희미해서 임신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웠지만, 실낱같은 희망의 줄이 보였다. 일주일이 지 난 뒤에는 거짓말 같이 두 줄이 보였다. 임신이었다. 기다리던 둘째 임신이었다.
태명은 축복이로 정했다. 첫째를 건강하게 낳았는데 또 둘째까지 주셨으니, 정말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첫째 때 다녔던 산부인과로 예약을 했다. 집에서 1시간 반 거리이지만 한국 선생님께 분만하고 싶었다. 미국 병원을 가면 긴장되고, 못 알아듣는 불편함이 싫었다. 첫째 리아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축복이를 만나러 갔다.
리아는 마스크까지 하고 와서 아장아장 걷는 모습은 아기가 아닌 어린이였다.
토요일에 간 산부인과는 사람들로 붐벼 내심 놀랐다. 코로나여서 임산부들이 더 많다고 했다. 사람을 못 만나는 외로움 대신 아기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초음파에서 작은 원형의 또 다른 세상을 만났다. 축복이는 편안히 누워 건강한 심장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안도와 함께 두 개의 심장을 가지게 되었다. 축복이와 10개월간의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하늘이 허락해주신 소중한 기회에 감사함을 느꼈다.
리아에게 뽑아준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면서, 동생이 뱃속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21개월 리아는 생소해했다. 아직 동생이라는 존재를 잘 인지하지 못했다. 초음파 사진이 리아에게는 검은색 바탕에 하얀 점이 있는 그림을 본 것일 수도 있었다.
사랑하는 리아야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사랑이 리아처럼 찾아왔어. 동생이 태어나면 많은 것들이 변해 힘들 수 도 있어.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잘 적응할 거라고 믿어. 나중에 동생이 크면 둘도 없는 친구가 될 거야.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길 바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