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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나 Jul 24. 2023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치유되기를

[2023.7.17.~7.21.] 미라클 모닝




July 17.


오늘 명상은 유난히도 좋았다. 오래간만에 장마의 습기가 걷힌 아침 공기도 상쾌했고, 잠을 방해하던 매미 소리마저도 힘찬 의지로 느껴졌다. 아마도 즐거운 주말을 보내서, 이틀간 쉬었던 아침 루틴이 반가워서, 그리고 이번 주에 방학이 있어서일 것이다. :-)


 마음에 여유가 찾아오니 오감이 살아난다. 눈, 코, 입, 귀, 피부. 모든 감각과 스트레칭을 하며 느껴지는 곳곳의 관절과 근육이 감사하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음이 행복하고, 그 안의 마음도 내 뜻에 따라 부릴 수 있어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주말에는 미라클 모닝 루틴을 하지 않는다. 대신 책은 꾸준히 읽고, 평일에 적은 것들을 모아 블로그나 브런치에 일주일에 1-2번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목표는 루틴 기록과 기타 글 총 2개다. 이번 주에는 루틴 기록만 올렸다.

 

 평일인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 토요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데이트를 했다. 그래도 금요일과 일요일의 독서로 만족한다. 꼭 사야 할 것들을 샀고, 사지 않아도 되지만 사면 행복한 것을 샀고, 가고 싶은 곳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대화를 잔뜩 나눈 주말이었다. 행복하다.


 단 하나 아쉬움이자 이번 주에 힘쓸 것은 글쓰기의 동력을 놓지 않는 것이다. 벌써 글을 쓰지 않은 지 4일이 지났다. 병원을 다녀온 목요일부터 쭉이다. 이 정도면 감을 잃기 쉽다. 오늘은 퇴근 후에 글쓰기를 제1 목표로 잡고 글을 써야겠다.



July 18.


  어제는 결혼기념일이었다. 1년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1주년이 저물었다. 결혼, 하와이 신혼여행, 자궁 폴립 수술 및 시험관 시술, 글쓰기와 함께한 겨울 방학, 집 계약, 임신, 개학, 리모델링, 이사, 집 정리, 토롱이의 성장, 투고, 출판 계약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중 몇 년에 걸쳐 생각만 했던 일들이 혀니와 함께하는 동안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건 혀니에게도 마찬가지라서 우리는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결혼 후 신혼여행의 기억만으로도 2-3년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관건은 설렘이 사라지고 편안함이 익숙함이 되는 7-8년째부터라고 했다. 부디 시간이 지나도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를. 끊임없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소중하다고 표현하는 부부가 되어야지.


 지난 토요일 기념일 식사 장소 예약은 내가 했었다. 쿠치나후.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국회의사당 안의 꽤 오래된 한강뷰 레스토랑이라기에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분위기도 편안한, 조금은 낡은 듯한 레스토랑이었다. 대화와 식사에는 큰 부족함이 없었다. 혀니는 내게 선물로 가방을 사주었다. 한 때는 비싼 가방을 갖는 것이 나를 위하는 일인 양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삶의 중요한 것들이 가방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나의 가방 쇼핑은 멈췄다. 더불어, 한국에서 어른으로 살다 보니 돈을 써야 할 곳들은 가방 말고도 많았다.


 결기를 앞두고 혀니는 혼자 백화점을 다녀왔다고 했다. 티파니 등 파인주얼리 샵에서 조그마한 다이아라도 박힌 반짝이는 것을 선물할 생각이었으나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역시 나에게 물어보고 사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결과적으로 귀걸이 대신 토롱이가 태어나도 쓸 수 있을 크로스백을 사기로 했다. 작년에 결혼을 앞두고 혀니가 사준 끌로에 백을 문신처럼 들고 다녀보니 크로스백에 단단히 빠져버렸다. 이미 올해 선물 같은 일이 많았기에 다음으로 기약하자며 미루기도 했지만 혀니는 토롱이를 낳고 나면 쇼핑도 쉽지 않을 거라며 기분 좋게 등을 떠밀었다.


 오래 쓸만한, 군더더기 없는, 내가 평소 좋아하는 버킷백 디자인의 사피아노 백을 구입했다. 생각보다 비쌌던 프라다와 생각보다 저렴했던 루이뷔통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전자로 결정.(마음에 드는 루이뷔통 백은 570만 원부터 시작이었기에 패스) 사고 보니 더더욱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2년 사이에 100만 원이나 올랐다는 사실이 배가 아프긴 하지만, 이미 선물 받았으니 내가 할 일은 다시 한번 문신처럼 잘 들고 다니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결기 당일인 어제 혀니는 꽃까지 사들고 퇴근했는데, 난 해준 게 없어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혀니가 필요한 브리프 케이스를 사주려고 했으나 아무리 돌아다녀도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했다. 혀니는 내가 받고 기뻐하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하지만 틈틈이 서류 가방을 보러 다녀야겠다. 용돈도 모으고.



July 19.


10분 늦은 기상 시간. 몸이 조금 무겁고 피곤하다. 오늘따라 배가 더 묵직하게 느껴진다. 어제 조금 늦게 잔 것이 역시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임산부인만큼 최소한 6시간 수면은 확보하자.


 어제는 꼭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카페로 향했다. 1시간 동안 글을 살폈다. 길지는 않았지만 워밍업을 한 덕에 식사와 샤워 후 9시쯤 퇴고할 마음을 먹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1시간 반쯤 글을 쓰고, 그 뒤에는 30분쯤 책을 읽었다.


 티브이가 옛날만큼 재미있지가 않다. 무한도전이며 각종 드라마며 눈 뜨자마자 틀어댔던 것이 신기하다. 지금도 혀니와 함께 티브이쇼와 드라마, 영화 등을 즐겨 보지만 그건 같이 볼 때뿐인 것 같다. 심지어는 중간에 흥미를 잃고 딴짓을 하기도 한다. 약간의 허무함을 느껴서일까.


 피곤한 날 주전부리를 먹으며 티브이를 보는 것은 여전히 충전의 방법이 된다. 하지만 하루에 1-2시간쯤은 티브이를 끄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아졌다. 후자가 나를 충전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지금만 해도 일기를 쓰는 이 시간이 즐겁고 재미있다. 하루 중 기다려지는 소중한 시간이다.



July 20.


어제에 이어 오늘도 졸린 아침이다. ‘오늘도’라는 단어 뒤에 어떤 서술이 오느냐에 따라 2배로 만족스럽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다. 이번에는 후자다. 어제는 퇴근 후 휴식을 취했고, 짧게 잠도 들었다. 하지만 또 12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는 최소 6시간이라고 했지만 내 모양새를 보니 최소 7시간의 수면은 확보해야 하품 없이 맑은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내일이 방학이다. 출산일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무거워지는 몸과 원고를 넘겨줘야 한다는 생각에 여름 방학이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이번 방학 목표는 원고 완성과 건강한 출산 준비다. 38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써야겠다. 한 편으로는 건강하게 먹고, 충분히 자고, 자주 걸어야지.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쌓여서 토롱이와 앞으로 내가 만날 아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전해지면 좋겠다.


 요즘 유행하는 헥사코 테스트를 했다. MBTI와 다르게 6가지 요인으로 나뉘어 있다. 정직성, 감수성, 외향성, 원만성, 성실성, 개방성. 그중 신기했던 것은 정직성은 전반적으로 높으나 겸손함과 탐욕 회피는 낮았다는 것이다. 인정. 원만성과 정서성이 전반적으로 높고 그중 겁이 매우 많다는 것과 사회적 대담성이 높다는 것은 서로 상충되는 듯해서 흥미로웠다. 한 때 외향적이라고도, 내향적이라고도 생각했던 나의 성격은 평균치에 가깝게 나왔다. 성실성과 개방성은 평균치보다 약간 높은 정도였는데 심미성이 조금 높고, 비관습성이 매우 높았다는 것에서 평소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날 나의 sns


July 21.


미라클 모닝과 별개로 생각이 많았던 날의 기록.


지난주까지만 해도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작년에는 아이로부터 욕지거리를 들으며 발차기를 당했고, 교권위원회 같은 건 기대하지도 않은 채 그저 참고 지나갔다. 올해는 학부모가 수업 중에 전화를 해서 아이 핸드폰을 사러 왔으니 어떤 폰을 살지 물어보게 전화를 바꿔달라거나 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었다.


‘남일 같지 않다’는 말은 형식적인 공감의 표현이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기사들을 보며 무서우리만큼 내 모습이 투영되었다.




나 또한 차이고 물렸던 기억.

그 와중에 다른 아이들이 다치는 게 제일 무서웠던 순간.

하지만 그런 일이 특수 교사들에게는 일상이라는 사실에

말없이 특수샘의 멍든 팔을 잡았었다.


다행히 내가 맡은 아이는 조금씩 나아졌지만

모든 상황에서 ‘알아서’ 잘 대처하고 버텨내야 했고

단지 나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달라졌으면 좋겠고

달라져야 하는데

달라질까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빌려

여러 선생님들의 다친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치유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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