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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토 Oct 04. 2022

실험실에서 세균의 밥은 누가 주나요?

미생물 상담소 [Ep.10] 실험실의 미생물

오늘도 재미난 사연이 하나 들어왔네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코로리예요. 저 안 반가우세요? 안 반갑다고요?ㅠㅠ 괜찮아요, 저는 반가우니까용!

연휴 다음 날이라 다들 많이 피곤하실 텐데 힘내봐요.


미생물 실험을 할 때, 미생물 밥은 누가 주냐는 재미난 사연이 들어왔는데요.

미생물이 에너지원을 얻지 않으면 금방 죽을 테고, 그러면 실험에 지장이 있는 거 아닐까?

그럼 미생물은 실험실에서 뭐로 에너지원을 얻지? 누가 주지? 연구원들이 시간에 맞춰 밥을 주시나?

와 같은 무수한 물음을 함축해서 사연자님이 질문하신 것 같은데요.


연구원분들이 매시간 마다 밥을 챙겨주는 이런 그럼을 생각하셨나요?

실험실에서는 누가 미생물들의 밥을 챙겨주지 않아요. 연구원분들은 매우 바쁘시답니다. 그래도 미생물이 잘 클 수 있어요. 왜냐면, 바로 배지 덕분이에요! 실험실은 굉장히 한정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세균이 먹이를 찾는 데 제한이 있어 배지를 이용한답니다.


배지는 미생물, 세포, 작은 식물 등을 증식하기 위해 고안된 액체나 젤 상태의 영양원이에요. 미생물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자연환경과 유사한 영양 상태를 공급해줌으로써 미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첨가하여 만든 액체 및 고체의 물질이죠. 미생물 배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균, 바이러스, 효모 같은 미생물들을 증식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배지랍니다. 


그럼 배지는 뭐로 만들어질까요? 미생물 배지는 미생물들이 필요로 하는 탄소원, 질소원과 같은 영양분과 한천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콩국수에 들어가는 우뭇가사리 알죠? 이 우뭇가사리로 한천을 만들어요! 모든 미생물이 다 같은 배지에 살 수 있는 건 아니고, 미생물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사용하는 배지의 조성이 조금씩 달라요. 바이러스 같은 경우는 숙주 세포에 기생하기 때문에 배지에 숙주 세포를 넣어주기도 하는 등 특별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배지는 물리적 상태, 화학적 구성 등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데요. 먼저, 물리적 상태에 따라 크게 액체배지, 고체배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고체배지는 흔히 실험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배지예요. 앞에서 언급한 한천으로 만드는 배지가 고체배지예요. 영양 물질이 들어 있는 액체 배지에 한천을 넣어 굳혀 만든답니다. 


고체 배지 (출처: labmro.co.kr)


액체배지란, 말 그대로 배지가 액체로 되어있어요. 증류수에 쇠고기 추출물, 펩톤 같은 영양성분을 첨가해서 제조한답니다. 액체 배지에 미생물을 배양하면 미생물 성장이 용기 전체에 퍼져서 일어나요. 곰팡이를 배양하기 쉬우며,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는 데 액체배지를 이용하기도 해요. 


액체 배지 (출처: 메디아뱅크)


물리적 구성에 따라 액체 배지, 고체 배지로 나눌 수 있었는데요. 배지는 화학적 구성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어요. 생육에 필요한 영양소가 최소한으로 포함된 최소배지, 화학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성분을 사용하는 복합배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최소배지는 기본적인 영양소인 포도당 등의 탄소원과 무기물 등으로만 구성돼 있는데요. 기본적인 영양소만 들어있기 때문에 최소배지에는 돌연변이가 살 수 없어요. 한정된 영양소만 있다는 뜻에서 한정배지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미생물은 원하는 영양소가 다르기 때문에, 최소배지에 각기 다른 미생물을 키우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영양소가 없는 미생물은 생장할 수 없는 거죠. 그렇기에 다양한 미생물이 원하는 영양분을 알아내는데, 적합한 배지예요.


복합배지는 미생물의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물질의 복합적으로 섞인 배지를 말하는데, 복합 배지에 사용되는 영양물질의 대표적인 성분들로 혈액 및 혈청, 고기 추출물, 효모 추출물 등이 있어요. 최소배지와 다르게 미생물의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물질의 혼합체가 포함된 고기 추출물 등을 넣기 때문에 복합배지 안의 대략적인 성분은 알 수 있으나 정확한 조성을 알 수 없어요. 그렇기에 복합배지는 배양하고자 하는 미생물의 정확한 영양분을 알지 못하거나 복잡한 영양 요건을 가진 까다로운 미생물 배양에 사용됩니다.



미생물을 배지에 키우는 걸 '미생물을 배지에 접종한다'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미생물을 배지에 접종하기 전, 배지를 고압멸균기 안에서 높은 압력 하에 증기열로 멸균해서 무균상태로 만들어야 해요. 미생물은 도처에 존재하기 때문에 무균 상태로 만들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미생물 역시 배양될 수 있기 때문이죠. 


적당한 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실험실에 사는 세균은 동물원에 사는 동물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 동물원 속 동물도 한정된 공간에서 사육사가 주는 밥을 먹고 크니까요. 실험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배지 속의 영양물질로 배를 채우는 미생물과 비슷하지 않나요? 


즉, 미생물 배지 속 미생물들은 배지에서 원하는 영양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미생물의 밥을 따로 챙겨주지 않아도 된답니다! 오늘 사연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오늘도 미미하고 소소한,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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