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꿈과 소망하는 꿈을 절묘하게 잘 연결시킨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작가님의 꿈의 실현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문학상 수상이나 출판사 공모로 소설가가 되는 길이 아닌 펀딩을 통해 독자와 만나서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작가님의 이야기는 이 책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책은 마케팅 전략으로 한국의 해리포터라고 하였는데, 그런 마케팅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했다. 해리포터의 찐 팬으로서 그 마케팅이 조금 못마땅하여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해가 넘어가고서도 베스트셀리일 때에서야 책을 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읽어보니 역시나 판타지가 있다는 것 빼고는 해리포터와는 결이 완전히 달랐지만, 오랫동안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재미있고 좋은 책인 건 맞는 것 같다.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주행차 따위가 아니에요. 직접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닌 걸요. 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는 게 좋아요. 그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든 사막에 도착하든 그건 그때 가서 납득하겠죠." p. 114
이야기의 주제나 구조는 식상할 수 있지만 그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참신하다. 그래서 문학을 읽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쉽게 접근하여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으로 독서토론을 하자고 할 때만 해도 독서를 하고 토론을 해야 한다는 말에 책을 잘 몰랐던 학생들이 머뭇거렸는데 책을 다 읽고 마치 다단계처럼 다른 친구를 데리고 왔다. 재미있는 책이니 함께 토론을 해보자고. 학교 프로그램으로 어려운 책을 가지고 토론을 하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책에 대한 이해도 높인다는 면에서 좋다. 반면 어려워서 시간이 없어서 다 읽지 못하고 생활기록부에 한 줄 남기기 위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나는 즐겁게 다 읽고 읽은 책을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책을 매개체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면서 책을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목표였기에 누구나 완독 할 법한 '달러쿠트 꿈 백화점'을 2021년 첫 번째 독서토론 책으로 정했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책을 읽고 만든 토론 제안서를 받았다. 나는 오래전에 읽어 작은 감상들이 남아 있을 뿐이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다시 기억해내게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만든 질문에 나도 혼자 답을 생각해보고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고 발표를 들어본다. 그중에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내어 서로 대화를 나누고 발표한 모둠이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면서 청소년들에게 좋은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 가장 기억에 남았다.
1.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흥미로웠거나 관심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막심.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꿈을 만드는 막심은 스스로 그 꿈을 만들어 내기 힘들어하고,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지만 계속 자신의 길을 간다. 그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의 암울한 분위기만큼이나 뚝심이 좋아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상은 그런 뚝심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귀가 얇고 주변의 반응에 쉽게 흔들리는 나라서 막심이 고뇌하고 외로워하면서도 그 길을 가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던 것 같다.
2.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에서 각자 다른 이유로 첫째는 미래를, 둘째는 과거를 가져갔습니다. 과거, 미래, 현재 중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세 가지 모두 의미가 있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현재'가 아닐까 한다.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그런 과거를 잘 덮을 수도 있는 힘을 가졌다. 미래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기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현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직 오지 않는 미래와 지나간 과거보다는 현재에 가치를 두고 살고 싶다. 단 너무 현재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와 미래를 염두에 둔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현재만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필요한 만큼만 꿈꾸게 하고, 늘 중요한 건 현실이라고 강조하시죠. p. 33
3. 오랜 시간 무명 싱어송라이터의 무명 기간을 담은 ‘타인의 꿈’ 체험 판을 꾼 남자는 어떤 꿈 값을 지불하게 될까요? 달러 구트가 설명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2가지를 말했습니다. 나는 어떤 방법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나요? <"페니,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페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쉬워 보이지만 첫 번째 방법보다 어려운 거란다. 게다가 첫 번째 방법으로 삶을 바꾼 사람도 결국엔 두 번째 방법까지 터득해야 비로소 평온해질 수 있지." "어떤 방법이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두 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정말 할 수 있게 된다면, 글쎄다.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 p. 250>
삶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바뀌었든 바뀌지 않았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일. 달러구트의 말대로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않고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을 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두 가지다 제대로 하고 있나 이 문장을 읽고 있을 때 생각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학생들은 '자신의 장점을 찾아 정리하고 칭찬해주기,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을 구분하여 인식하고 각각의 삶을 판단하지 않기,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기'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더 생각하고 싶은 내용을 '타인과의 비교가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것일까?'라고 발표하였다. 그러고보니 절대적으로 부정적이진 않다. 나를 사랑하기만 한다면 타인의 삶을 보고 내가 더 성장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나를 사랑하기'라는 멋진 결론을 학생들이 내놓았다. 그들이 이미 인생의 정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과 대답들이었다.
4. 가수를 꿈꾸는 남자처럼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껴지거나 불확실한 미래에 좌절했던 적이 있나요? 불확실한 미래는 개인과 사회적인 문제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안이 있을지 생각을 나누어 봅니다.
개인적인 불안은 3번의 질문과 연결된다. 자신감의 회복, 자신을 사랑하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삶이라면 바꾸기 위해 그야말로 최선을 다하기 같은 것들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사회적인 극복 방안으로는 뭐가 있을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꿈을 꾸는 사람이 꿈을 향해 계속 달려갈 수 있도록 단단한 기반의 현실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계가 많은 것을 대체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현재. 빈부격차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거기다 코로나까지...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돈이 넘쳐나는 곳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나의 소소한 의견은 다양한 공공일자리 창출과 기본소득 보장, 주거 안정 같은 것들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비교나 재능이 없음에 대한 좌절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삶과 꿈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의 안정을 국가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네가 생각하는 대단한 미래는 여기에 없단다. 즐거운 현재 오늘 밤의 꿈들이 있을 뿐이지. p. 122
이 외에도 학생들은 가장 일해보고 싶은 꿈 판매층, 꿈 제작자라면 어떤 꿈을 만들지 같은 책의 내용과 연관된 기본적인 질문부터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수면부족 문제라던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반복적인 트라우마 상황 노출이 옳은가?, 기업이 이익을 위해 비도덕적인 방법을 사용할 때 개인은 그것을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욕심과 꿈의 유사점과 차이점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은 책을 읽고 질문을 만들어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생각보다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웠다고 한다. 토론의 경우는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관한 근거들을 수집하여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지식이 깊어지고 논리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다.
반면 이런 독서 나눔은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전달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잘 듣는 일이라 준비는 필요하지 않지만 내 안의 의견을 실체로 만드는 어려운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늘 앞에 나가서 말하고 정리하던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이어갔지만 이런 일이 처음인 아이들은 많이 당황하고 힘들었던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도 정리하고 말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친구들 중에 한 명이었다. 교실에서 조용히 선생님이 하는 수업을 듣고 필기를 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일상적인 수다는 늘 있었지만 논리적으로 나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본 경험이 없었다. 준비된 발표도 늘 두려웠고, 회의 중에 의견을 물으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성인이 되어 끊임없이 했다. 이건 나를 돌아보고 돌아본 내용을 정리하여 타인에게 말하는 경험을 못하고 자랐기 때문이다. 들여다보고 내뱉고, 듣고, 다시 말하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나와 우리 사회는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하고 이렇게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눈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고 나의 생각을 글로 쓰는 경험을 하면서 나 스스로 달라졌음을 느낀다. 나를 알게 되니 자신감이 생기고, 의견을 적시에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나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타인의 삶도 진정으로 존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따라온다. 그러니 이 좋은 걸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전도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