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by 목하사색

정오 12시, 둘째 아이의 밀접접촉자 자가격리가 끝났다.

2021년은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 같은 반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면서 3번의 밀접접촉자 자가격리를 겪게 됐다.

아이가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면 자연스레 보호자도 자가격리가 되는 상황, 아이와 함께 자가격리를 하면서 내가 느낀 어려움은 활동의 제약이 아니었다.




나는 딸만 다섯인 5자매의 막내로 자라왔다.

할머니까지 8명의 가족이 한 집에 살면서 언제나 북적북적 소란스러웠고 우리 자매들은 언제나 말이 많았다.

지금도 언니들을 만나면 그 짧은 시간 동안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난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고 그런 분위기에 아주 익숙하다.

아빠를 비롯한 몇 명의 언니들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 만나서 지식을 전달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나도 상황에 따라 모임을 리드하거나 즐거운 분위기로 이끄는 것을 제법 잘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까지 말이 많고 수다를 좋아하며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코로나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가사노동의 시간이 길어졌다.

가사노동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부로서 쉼이 없어지고 그로 인해 주부 우울증에 걸린다는 뉴스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삼시세끼, 가사 노동의 증가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엄마를 찾는 아이들과 하지 않아도 되었던 잔소리를 하는 시간이 늘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온전히 아이와 함께 해야하는 자가격리의 시간을 겪으면서 자가격리가 3번째인 이제서야 내가 힘들었던 이유를 비로서 깨달았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나면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간 월요일 오후까지 약속을 잡지 않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주말 동안 쌓여있는 집안일이 많기도 했지만 북적대는 소음에서 벗어나고 끊임없이 챙겨줘야 하는 가족들에게서 벗어나 오롯이 혼자만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이 필요했던 것이다.




코로나 이후로 여러 매체의 SNS를 접하고 그러면서 자연히 참여하는 오픈 카톡도 많아지고 끊임없이 울려대는 카톡창에서 허덕이고 있는 나를 본다.

카톡은 쉴새없이 울리고 함께 있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불러대고 아이들과 끝이 안 나는 실랑이를 한다.




나는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하는 번개 약속이 부담스럽고 목적 없이 나누는 잡담을 싫어한다.

약속도 없이 찾아오는 손님과, 불쑥 전화해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끊어버리는 전화를 받고 나면 쉽게 지친다.



결혼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잊고 있었던 나의 모습은 수다스럽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그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의 자유를 갈망하는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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