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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Aug 05. 2023

아이의 새빨간 등

꿈을 꾸고 힘껏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이에게 응원을 보낸다


  학창 시절, 디자인과 전공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자주 해주시던 이야기가 있었다.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제 나이에 비해 더 들어 보이고 이른 나이부터 흰머리가 많이 생겼다고 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남들이 보기에는 멋있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일이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야 하는 일이라 스트레스가 크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디자인 회사에 취업했고 자유로운 복장에 시원한 사무실에서 편하게 근무했지만 날마다 야근을 했다. 

  날마다 일은 쏟아져 들어오고 새로운 디자인 시안을 생각해 내고 때론 디자이너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고 그렇게 또 다른 디자인을 해냈다. 

  그래도 지금껏 그렇게 살아와서인지 지금도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며 일하는 일상이 익숙하다. 




  지리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밤에는 열대야로 잠을 설치고 아침은 공기부터 후덥지근하다. 

  에어컨을 틀지 않은 집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어느새 등에서 땀이 흐른다.

  요즘엔 노약자와 어린이, 외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온열질환을 조심하라는 안전 문자가 수시로 온다. 

  둘째 아이는 이런 날씨에도 어김없이 학교에 가고 땡볕에서 테니스를 한다.

  올해 여름은 더 무더운 건지, 둘째 아이의 등에 땀띠가 가득하다. 

  새빨개진 아이의 등에 땀띠약을 발라주며 이제 테니스는 적당히 하고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공부하는 건 어떻겠냐고, 아니 만화책을 읽어도 괜찮다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오히려 단호하다. 

  지금까지 애써 표현하지 않았던 마음 약한 말들이 아이의 새빨간 등을 보니 쏟아져 나온다. 




  둘째 아이는 전국테니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오늘 새벽 인제로 내려갔다. 

  오늘 수많은 아이들은 이 무더운 날씨에도 자기 꿈을 위해 달릴 것이다.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경기에 임하고 때로는 이기는, 또 때로는 지는 경기를 끊임없이 해낼 것이다. 

  비단 우리 아이만 더운 것이 아니라 같이 경기를 뛰는 그 아이도 똑같을 것이고 이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모두가 같기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금껏 연습을 해 왔을 것이다. 

  연습이 쌓이고 경기로 익힌 실전 감각이 쌓일 때 실력으로 변해서 비로소 한 단계씩 성장할 것임을 안다. 




  가만히 있어도 무더운 오늘, 수많은 아이들의 꿈이 테니스코트를 가득 매울 것이다. 

  현재의 우승 여부에 흔들리지 말고 아이의 몇 년 뒤까지 시선을 멀리 보며 아이의 꿈을 지켜주고 싶다.  

  엄마인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또 다른 세상에서 꿈을 꾸고 힘껏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이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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