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쓸까?

글쓰기의 무게

by 진이설

'뭘 써야 할까'라는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으로 얼개를 짜고 있었는데, 쓰고 싶은 주제가 서너 가지나 되다 보니 망설이다가 아직도 글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나는 글쓰기가 유독 어렵다고 느끼며 살아왔다. 그 이면에는 완성된 글은 반드시 품격 있고 감동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도 글을 쓰다 보면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첫 줄을 몇 번이고 고쳤다가 지운다.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레 흘러나올 수 있는 내용일지 몰라도, 나에게 글쓰기는 늘 버거운 일이었다.


특히 수필은 더 그렇다. 어렵게만 느껴진다.


이쯤에서 글쓰기 이야기는 접고, 옛 연인 이야기를 꺼내려한다.


학교 다닐 때 교생 선생님이 오시면 학생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었다.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만큼 남의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였던 것이다. 고대의 서사시와 신화, 설화에도 사랑은 빠지지 않는다.


나는 시를 잘 쓰지 못했다. 재능이 운문에는 없었고, 솔직히 말해 소설 같은 허구에도 별다른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과거에 만났던 그녀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글을 가끔 쓴다고 하자 내 시를 보고 싶다고 해서 두어 편을 보여주었다.


"낭독해 줄 수 있어요?"


나는 내 시를 직접 읽는 건 쑥스러워서, 대신 내가 좋아하는 시를 낭독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었다. 그녀를 만날 때마다 시를 낭송했고, 가끔은 서로 시를 써서 번갈아 읽어 주기도 했다. 그때는 몰랐다. 내 인생에서 남 앞에서 시를 가장 많이 낭송했던 시절이었다는 걸.


낭송을 이어가다 보니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그녀는 내 목소리가 좋다고 했다. 가끔은 내가 낭송한 녹음을 부탁하기도 했다. 나는 시보다는 소설을 좋아했기에 단편소설을 녹음해 보내주기도 했다. 그러다 제대로 해보고 싶어 져서 콘덴서 마이크, 마이크 필터, 오디오 믹서까지 사서 녹음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시집을 종종 사서 내게 선물했고, 나는 단편소설집을 주었다. 같은 책을 읽으며 대화 나누는 일이 많았다.


작년에 본 신문기사가 떠오른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고, 평균 독서량은 3.9권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다. 왜 이렇게 책을 읽지 않을까. 내가 따로 말할 필요도 없는 문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독서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늘 글은 '뭘 쓸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해 전 연인과의 기억, 시낭송, 그리고 독서에 관한 기사로 이어졌다.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이다.


나는 글쓰기가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즐거움 속에서 언젠가는 더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keyword
이전 05화내가 걸을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