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행운의 넘버는 3000?
중세에서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그레고리오 성가이지요
그레고리오 성가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인 단선율의 전례 성가인데요,
보통 대 교황 그레고리오 1세가 작곡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레고리오 1세는 604년에 돌아가셨고,
그레고리안 성가가 진짜 쓰이고 완성된 것은 약 250-300 년 후인 800-900년대이지요.
그런데 왜 그레고리오 성가냐고요?
최초로 이 일을 시작하신 분이 대 교황 그레고리오 시니까요.
성 그레고리오 1 세
사실 대 교황 그레고리오 1 세께서는
동로마 교회에 외교관으로 가셔서 동교회와 서 교회의 친목을 도모하시고
외세의 침략에도 적군을 전도하여 교화시키고
이탈리아 왕국에서의 로마 교회의 독립성을 확립시키는 등의
엄청난 업적들과
일반인들에게 성화와 성상들을 공개하는 것이 믿음이 깊어지는 것이라 생각,
성화와 형상들을 많이 제작하도록 장려함으로
미술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신 분이지만
지금은 3000개의 성가곡을 돌아가신 지 300년 후에 내놓으신
가톨릭 음악계의 거장이시지요
그레고리안 성가는
중세 교회음악의 최강자이자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는 절대 승자이지요.
진실은, 아마도 그때까지 전해 내려오던 로마 가톨릭의 전통적 교회음악들을
시간과 재원이 풍부한 로마 교회가 그레고리오 교황의 뜻에 따라 수집, 기보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무반주, 단선율의 종교음악이며
4-5 세기부터의 전래 음악과 10세기까지의 음악을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기도 하고요.
이미 들어보셨던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이게 음악인지 아닌지
약간 시조 읊듯이 다들 하고 있는데 음악 맞답니다.
이것은 여담이지만
제가 저 피정의 집 앞에서 50년을 살았습니다.
이곳이 교회도 아닌 것이,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늘 사셨고
심지어 제 동생들은 이곳에 계시던 마리아 수녀님께 피아노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요?
저희 어릴 적, 여름만 되면 새벽에 동트기도 전에
신부님들이 저 위의 노래를 웅얼이 시는 것을 듣고 선잠이 깨서
아침부터 엄마의 감시하에 연습이며 공부며 해야 했거든요
아침부터 왜 맨날 우리 남매들을 괴롭히실까 미워하면서도
언제 부턴가는 우리 집 막냇동생까지 이 노래들을 따라 하기 시작해서
저희 집 식구들에게 이 곡들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동요보다 친숙한 그런 가락들이었어요.
제가 이 곡들의 정체를 알아낸 것은
이 푸른 들판 위의 인디애나 음악대학에 와서
중세 르네상스 음악의 거두이신 노블릿 교수님의 서양음악사 1을 듣고 나서요.
가뜩이나 영어도 힘든데 밀라노 칙령이니 뭐 이런 걸 말씀하시니
알아듣기도 힘들고, 게다가 교수님이 연로하셔서 말씀도 작게 조곤조곤하시는 터라
딱 수업 가서 한 시간 자다 졸다 나오곤 했는데,
갑자기 어느 날
교수님께서 저희 앞집에서 들리던 음악을 틀어주시는 거예요.
이거 뭐 완전 고향집에 간 느낌이었지요.
그리고서 알았습니다.
수도원의 일일 생활계획표가 있다는 것을
자 여러분들, 이 생활계획표에 의하면,
신부님들은 매일 아침 동트기 전에 일어나서 셔 미사(1)를 드리시고
묵상을 하시며 성경을 읽으시다가
동이 트면 아침 미사(2)를 드리시고 식사를 하신 후
다시 미사(3)를 보시고 각자 맡은 일-농사도 지으시고 성화도 그리시고 와인도 만드시고 뭐 그런 일들이요-들을 보시다가 도다 함께 모여 예배(4), 그리고 또 자신의 일을 하시다가 오후 예배(5)와 묵상, 독서의 시간을 가지신 후 약간의 휴식을 취하시고
저녁식사 전에 또 예배(6) 그리고 식사하시고 일하시고 이제는 저녁예배(7) 그리고는 또 공부하시고 묵상하시고
주무시기 전에 예배를 드리는 수도원도 있고 안 드리는 수도원도 있어서
보통 7번의 미사를 드리시는 일일 계획표이고요
이 계획표를"성무일도"리고 한답니다
어려운 라틴어의 이름들이 매 예배를 위해 있지만
그냥 간편히 아침 먹기 전에 2번, 아침과 저녁 사이에 4번, 그리고 저녁 먹고 1번
대개 2 시간 간격으로 미사를 봤다네요.
너무 무서운 생활계획표이지요?
그런데 이게 시계가 없을 때 하려니 동틀 무렵 뭐 이렇게 표기됐나 봐요.
그러니 피정의 집 앞집인 저희는 겨울에는 문을 꽁꽁 서로 닫고 있는 데다
해가 늦게 뜨니 노랫소리가 들려도 일어나 있던 시간이라
여름에만 미사를 드리시는 줄 알았지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바로 그레고리안 성가가 이 매일매일 7번의 미사에 쓰이는 음악들이라는 거지요.
이게 이 노래가 저 노래 같고 다 똑같은 것 같은데
가사도 매일매일 교회 절기에 따라 달라지고
음악도 부활절, 크리스마스 이런 특별한 날들을 위한 곡들이 다 다르고요
일단 하루 사이에 7번의 미사의 음악이 다 다르니
이걸 공부로 배워야 하는 악기 하는 음대생들한테는 완전히 쥐약이지요
물론 이 노래들이 고향집의 노래인 저는 정말 쉬웠지만요.
하루에 7번씩 365일 치 음악을 담았으니, 그레고리안 성가가 3000곡이나 된다는 것 믿어지시지요?
이 시대 분들은 3000이란 숫자가 참 좋으셨나 봐요...
그레고리오 교황님 보다 조금 늦게 태어나신
백제의 의자왕은 3000 궁녀를 지니셨었다는데..
뜬금없는 저의 생각의 고리는
과연 누가 더 행복하셨을까라는 깊은 번민에 빠지게 하네요.
그레고리안 성가는 지금까지도 그 전통이 지켜지고요,
전부 라틴어로만 부르다가 1960년이 돼서야 모국어로 부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악보도 5 선지가 아닌 4 선지로 아직까지 고집하는 것을 보면
가톨릭 교회의 전통에 대한 존중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네요.
오늘 중세음악을 마무리하려 했는데
수다 떠느라 다 못했네요..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익숙하실 영화 검은 사제들에 나오는 그레고리안 성가 올려드립니다.
이 곡은 실지 희생물을 바칩니다라는 뜻의 미사곡의 부속곡 이라는 것만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