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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괴롭히는 아이는 과연 행복할까요?

다른 아이들을 놀리는 아이의 마음속 들여보기

3학년이 되고 살짝 들뜬 마음으로 시작된 3월, 담임선생님도 친절하시고 새로 시작한 줄넘기학원도 마음에 들고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시작이었는데, 며칠 전부터 갑작스러운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아이를 함께 놀리는 아이들이 생겼답니다.


한 명은 작년에 잠시 짝이었던 아이, 다른 한 명은 작년 돌봄에서 친하게 지냈던 아이, 둘 다 남자아이들인데, 갑자기 둘이 힘을 합쳐서 우리 아이를 놀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둘 중 한 명과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았어서, 아마도 그 아이가 주도하며 일이 흘러간 것 같았습니다.


엊그제 잠자리에서 우연히 이야기를 꺼내고는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답을 제시해 주는 것보다는 함께 찾아가는 방향으로 방향전환을 했고, 아내와 함께 단단한 팀워크를 다지며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하고 아이와 함께 의쌰의쌰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가고, 어제저녁에 다시 같은 이유로 힘들어하더군요. 첫날처럼 울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기는 했지만, 답답함은 내 안에도 가득했습니다. 뭔가 시원한 답변을 주지 못해서 그랬죠. 그러고 나서 나의 일기장에 아이의 문제에 대해 일기를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문득, 그 아이들이 그러면서 행복하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 이전의 삶도 그리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삶이 행복하지 않다 보니, 어쩌면 샬랄라 늘 웃는 낯인 우리 아이, 말도 살짝 느려서 어눌해 보이는 우리 아이를 자신들의 불행 속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고나자. 답도 함께 보이더군요.


그렇게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고 나니, 불쌍한 것은 바로 그 아이들이었습니다. 22명의 반 아이들 중에서 유독 그 아이 둘만 우리 아이에게 못된 말을 했던 이유는? 선생님이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한 번 주셨는데도 계속해야만 했던 그 이유는, 어쩌면, 자신들의 불행을 조금이라도 달래 보려고, 주변 누군가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부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불행한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서야 비로소 안도감을 느끼는 편이니까요. 그리고, 아무도 불행하지 않다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어야 직성이 좀 풀리기도 하고요.


가만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괜히 별일도 아닌데 열을 내고, 소리를 지르고, 빽빽거리고… 저도 결혼 초반에 아내와 싸울 때 많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면, 뭔가 불만족스럽고, 불행한 느낌 속에서, 순간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라는 확신이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혈류량이 올라가고, 심박수가 증가하고, 얼굴이 벌게져가지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던 것 같네요.


불을 붙였던 것은 ‘나만 옳다 ‘는 오만과 편견이었고 그 바닥에 깔려있던 휘발유는 ’ 불행함‘이었습니다. 삶에서 불행감이 차지하는 %가 행복감보다 많다고 느껴진다면, 그 사람은 등에 휘발유가방을 메고 주머니 가득 라이터를 넣고 다니는 것인 샘이니까요.


이런 생각이 들자, 얼른 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바로 부엌으로 달려가서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와 아내 앞에서 일장 연설을 시작했죠. ‘내가 깨달은 나의 가르침이니라~’라는 식의 살짝 흥분된 이야기였지만, 둘 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눈치였습니다. 물론 살짝 길어지는 감이 들자, 아이가 짜증을 내며 “아빠, 잔소리가 길어진다~” ㅎㅎ 듣기 좋은 소리도 과유불급이죠.


“만약, 그 아이들의 가슴 가득하게 행복이 있다면, 굳이 남을 괴롭힐 이유가 있었을까? 그 아이들이 너를 놀려서 얻을 수 있는 건, 네가 불행해지는 것뿐이잖아.”

“그리고, 22명의 아이들 중에서 그 아이들만 그런다는 것은, 어쩌면 그 아이들이 너네 반 아이들 중에서 제일 불행한 아이들이라는 증거 아닐까?”

“사람들은 나쁜 걸 할 때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함께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단다. 술이 그렇고, 담배도 그렇고 마약도 그렇고, 도둑질도 그래. 왜냐하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지. 이 행동이 나를 행복하게 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비슷하게 불행하게 될 사람들이 곁에 있게 하려고 그러는 거란다”

“사람들은 불행하다고 느낄 때, 행복으로 가득 차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미워하기도 해. 여자친구 없이 외로운 남자들은 여자친구와 함께 행복해하는 남자들을 이유 없이 미워하기도 하더라고.”


그렇게 아빠는 아들에게 ’ 열변‘을 토해냈습니다. 그리고, 아이도 수긍하는 눈치였습니다. 아빠로서 뿌듯한 순간이었죠.


오늘, 마침 참관수업이라 아이 반에 가볼 수 있었고, 아이를 괴롭힌다는 아이의 얼굴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전부터 알던 아이였고, 제가 교실로 들어가자 은근히 제 눈치를 보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그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많지 않았습니다. 사방을 둘러보며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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