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화 Hematuria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오전 회진을 마무리하고 중절모 할아버지의 병실을 찾았다. 할아버지는 어제와 다르게 밝은 표정으로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할아버지의 미소를 보니,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어제 수술실에서는 종양 절제 부위에서 출혈이 지속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소작술을 한참이나 시행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환자의 소변색을 확인했다. 소변줄을 통해 투명한 소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어요?"
"이선생 왔어? 아주 좋아. 밥도 맛있어. 오전에 교수님 오셨다 가셨는데 괜찮다고 기다려보라고 하시더라고. 얘기 듣고 나니까 마음이 놓여. 와줘서 고마워."
"그래요? 소변색도 좋고, 오늘 아침 혈액검사 결과도 좋더라고요. 다행입니다."
"그래도 조직검사 결과는 확인을 해야겠지? 언제쯤 나오는겨? 내일이면 나오나?"
"에이 내일이라뇨. 한 일주일은 걸려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기다리셔요.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그려. 알았어. 이선생 밥은 먹었어? 이리 와서 같이 좀 먹고 가. 집에서 마누라가 김치를 싸왔는데 맛있어. 이거 여주에서 내가 농사진 배추여."
"저 일하러 가야 해요. 다음에 먹겠습니다. 저 말고 할아버지 많이 드시고 어서 회복하셔요."
"그러지 말고 이거 한번 먹어봐. 맛이 좋아."
할아버지가 내 입에 김치 한 조각을 밀어 넣었다. 아삭한 김치의 식감이 정말 좋았다. 걱정으로 답답해 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맛이었다.
"감사합니다. 저녁에 퇴근하기 전에 다시 올게요. 이따가 봬요."
"그려 이선생 항상 고마워."
병실을 나서 검사실로 향했다. 안도감에 마음이 편해졌다.
"선생님 환자 입실하셨어요. 이제 오시면 되겠습니다."
"네 금방 가겠습니다"
오전 일정을 가뿐히 마치고, 오후에 배정된 소수술 일정이 시작됐다. 소수술들은 대부분 D-J stent(double J stent, 요관 스텐트)를 교체하거나, 방광 조영술 검사, 방광 내시경, 경피적 신루관 교체술이다. 특별한 마취가 필요 없이 내시경적인 처치가 가능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게 된다. 최근 암 생존율이 높아지다 보니, 만성적인 요관 협착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요관 스텐트를 교체하는 환자가 많다. 짧게는 10분, 케이스가 어려운 경우에는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이 소수술들을 하루에도 십수개 시행하고 있다. 간혹 응급상황의 병동 환자가 발생하거나, 응급실을 통해 내원한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에도 응급수술이 추가된다.
첫 번째 환자의 요관 스텐트 교체가 마무리된 뒤 수술기록지를 작성하고 있을 때였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네 수술실입니다."
"선생님 저 1년차입니다. 병동 환자 Cystoscopic cauterization(방광내시경 하 지혈술) 추가 위해 전화드렸습니다. 어제 TURB(경요도 방광 종양 절제술) 시행한 75세 남환입니다. 지금 Gross hematuria(심한 혈뇨) 상태로, Foley patency(도뇨관 개방성)가 없어 Manual irrigation 시행하는 중입니다. 언제 가능할까요?"
"환자분 등록번호 하고 성함 알려주세요. 곧 내리겠습니다."
"네 0000000입니다."
"알겠습니다."
불안한 예감은 빗나간 적이 없다. 중절모 할아버지였다.
출처: https://mdaslan.tistory.com/56 [의사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