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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Feb 17. 2022

'식용견'이 될 뻔한, 보통의 개

보호소 '별에서 온 댕댕' 봉사 후기 

잔뜩 위축된 채로 눈동자만 굴려댄다. 웅크리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용변을 잔뜩 참았다가 임시 보호자가 외출을 하면 한꺼번에 쏟아낸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방영됐던 ‘진도믹스견’ 공주의 이야기다. 6년 전 입양한 나의 반려견 삼순이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았다. 입양 초기, 삼순이는 가족 앞에서 변을 보지 않았다. 몰래 싸서, 숨겼다. 방에서 진동하는 똥 냄새 덕에, 삼순이와 며칠을 거실에서 보냈다. '거실 동고동락' 후, 우리는 꽤 친해졌다. 그제야 삼순이는 가족 앞에서 배변을 하기 시작했다. 공주도 더 어릴 때 그 ‘지옥’에서 벗어났다면, 트라우마가 금방 치유되었을 것이다.      

공주의 눈빛은 입양 초기의 삼순이 눈빛과 닮아있다. 
6년 전, 이제 막 편하게 배변을 하던 당시의 모습.



‘개농장’이 보호소로  

   

오직 누군가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사육되는 곳. 바로 ‘식용견 개농장’이다. 임시 보호자의 지극정성에도 불구하고, 공주는 임보 기간 종료까지 마음을 열지 못했다. 친구들이 살해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경험해야 했던 공주. 설채현 수의사의 솔루션으로도 ‘개농장 트라우마’는 치유될 수 없었다. 현재 공주는 임시보호 기간이 종료되어 ‘별에서 온 댕댕’이라는 보호소에 돌아간 상태다. 약 1년 전, 개인 활동가에 의해 개농장이 발견되었고, 그곳을 구조한 것이 지금의 ‘별에서 온 댕댕’이 되었다. ‘식용견’으로 불리던 진도믹스견들이 이곳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중이다. 나의 반려견 삼순이와 닮은 ‘누렁이’ 들을 보러 봉사에 참여했다. 


     

방진복을 입고 입구에 다다르자, 여러 마리가 짖어대며 맞아주었다. 소수를 제외하곤 전부 누렁이들이었다. 하나 같이 삼순이와 닮은 모습에 기분이 묘했다. 그런데 전부가 견사에서 나온 상태였다. 보통의 보호소가 사정상 개들을 견사에만 두는 것과 달리, 이곳은 수시로 볕을 쬐게 해주는 것 같았다. 수마리의 개들은 낯선 봉사자들을 보고 한참 짖다가도 햇볕을 즐기며 자유롭게 뛰놀았다. 봉사는 약 세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대략 열 명의 사람이 힘을 합쳤다. 개들이 볕을 즐기는 동안, 견사의 배변을 치우고 물청소를 했다. 밀대로 묵은 때를 벗겨내고, 그 잔여물을 한 데 모았다. 이후에는 물을 뿌려 마무리를 했다. 방진복 안에 옷을 두껍게 입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청소를 하다 보니, 땀이 나며 몸에 열이 났기 때문이다. (한겨울 봉사를 망설이는 이들이 이 사실을 꼭 알았으면 한다.) 그렇게 개들의 보금자리를 조금이나마 쾌적하게 정리했다. 깨끗해진 자리에 밥그릇과 물그릇을 놓아주었다. 물과 사료를 채워주고, 푹신한 이불까지 깔아줬다. 마무리를 하고 돌아서는 순간, 청소할 때 주위를 맴돌던 한 녀석이 이불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보통의 반려견이 딱딱한 바닥보다 푹신한 곳을 선호하는 것처럼, 이곳의 아이들도 포근한 자리를 좋아한다.      

이불을 깔아주자 곧바로 견사에 들어간 모습



실내 청소를 마친 후, 빨래가 시작되었다. 장화를 신은 채 이불을 밟았다. 물 먹은 이불은 꽤 무거웠다. 둘씩 짝지어 있는 힘껏 물기를 짜야했다. 처음 본 사람들이었지만, 같은 마음으로 함께하기에 스스럼없었다. 수도관 문제로 더 많은 빨래를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끝내지 못한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평일에는 봉사자가 더 부족하다는데,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담당자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짧았던 세 시간의 봉사, 후련하지 못한 마음. 어느새 먼저 다가와주는 누렁이들을 뒤로한 채, 그날의 봉사는 마무리되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100만 마리를 살리려면    

  

‘별에서 온 댕댕’의 개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아직 전국에는 대략 3000여 개의 불법 개농장에, 죽음을 기다리는 100만 마리의 개들이 있다. 개식용 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전보다 두터워진 편이지만, 개식용을 전통이라 부르는 이들의 주장에도 여전히 무게가 실린다. “식용견은 따로 키우면 된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발언이 나올 수 있던 배경이다. 육견 산업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 짓는 우리 사회의 잔재 의식에 있다. 법 제도의 개혁에 앞서, 모든 개를 동일하게 여기는 의식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진돗개, 진도 믹스 등의 한국의 토종견들이 부디 해외입양이 아닌 한국에서의 반려견으로 온전히 사랑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  


*봉사 문의 : 인스타그램 @byeollae_stardang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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