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마저 고상하다는 불어를 만나다
프랑스어 전공하셨어요?
프랑스어 관련 일을 한다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이렇게 묻는다. 전공을 살리지 않은 직업을 가진 사람도 넘쳐나는 세상이니 구태여 전공과 직업을 결부시킬 필요는 없지만, 외국어 전공이 타 분야로 연결되는 게 쉽게 상상되지 않는, 뭐랄까 선입견 같은 것 때문에 저런 질문이 곧바로 이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 전공은 (발에 채는) 경영이다. 그 외국어를 진지하게 파고 들 게 아니라면, 취업 전선의 현실에서 외국어 전공이 기를 피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경영 전공 수업을 듣는 불문과 학생이 꽤 많았다.
그들이 ‘불문과’라고 명찰을 달고 다니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알았냐면, 내가 듣던 불문과 수업에서 만난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취업 전선에서 조금이라도 기를 펴기 위해 경영학이란 타이틀을 지니려고 복수전공 혹은 적어도 부전공을 하던 이들이었다. 단수든 복수든 프랑스어가 ‘전공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으니 이런 질문이 이어질 듯하다.
“그럼 프랑스어가 부전공이에요?”
“아니오.” 내가 불문과 수업을 들은 건 온전히 프랑스어를 배우려는 목적뿐이었다. 물론 복수전공, 부전공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만, 제때 졸업하며 두 학위를 가지려면 전공수업으로만 학기 시간표를 꽉 채운 후 모자란 교양 학점은 계절 학기로 메워야 했기에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더랬다. 어쩌면 전공이란 부담이 없었기에 그 당시도, 지금도 프랑스어를 꾸준히 배울 수 있었다. 프랑스어과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불문학’과이니 전공으로 파고 들면 언어학이나 문학 영역까지도 공부했어야 했을 테니까. 거기까지 내 관심은 미치지 않았다.
어떤 종류의 전공으로도 불문이란 타이틀을 갖진 못했어도 말장난 같은 기가 막힌 우연 덕에 어떻게든 프랑스어와의 연결고리를 이어나갔다. 좋아하는 걸 진심으로 하다 보면 된다는 이야기는 어느 한 전공에만 국한되는 게 아닌, ‘전공 불문(不問)’에 해당할 테니까.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모니카 쌤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삽시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때로는 프랑스어를 한다고 나서기를 주저하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작은 파이라도 내가 해낼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계속해보려 한다.
프랑스어 욕 좀 알려줘요.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요구를 해온다. 음, 역시 언어를 배우는 쏠쏠한 재미엔 욕이 빠질 수 없다. 내 주변 사람만 그런 게 아니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고상하게 욕으로 배우는 프랑스어> 워크숍은 늘 빠르게 마감이 됐으니까. (코로나로 수강생들의 취소가 잇따르기 전까진...흑)
석사, 박사학위까지 따져본다면 그 수가 엄청날 테고, 프랑스에서 오래 살았다고 내가 뻐기긴 민망할 따름이다. 그래도 프랑스어를 대할 때 늘 즐거워했던 마음만큼은 뒤지지 않으니 그 소소한 재미를 전달했으면 하는 바람이 이 글의 시작이었다. 열에 아홉이 알려달라는 게 프랑스어 문법도, 어휘도, 회화도 아닌 ‘욕’이었으니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낭만의 언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욕’마저 ‘고’상하다는 ‘불’란서 말을 ‘만’나는 시간, <욕고불만>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소소한 재미를 글로써 쏠쏠한 재미로 만들 수 있길 바라면서.
프랑스어 필드에 발을 담갔지만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꽉 채워지지 않았던 프랑스어에 대한 응어리와 외국어를 배우면서 느꼈던 여러 불만스럽던 상황이나 단상을 <욕고불만>이란 제목 이면에 살포시 담아 보았다. ‘고’의 ‘ㅗ’를 아래로 뒤집어 ‘ㅜ’로 만들면 ‘욕구불만’이 되니까.
일러두기
1. 프랑스어 학습서가 아닙니다. 프랑스어를 아예 모르는 독자를 상정했기에 프랑스어에 관한 설명은 아주 자세히는 안 했습니다. 글을 읽다 호기심이 생기셨다면, 프랑스어 공부에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렵지 않아요...)
2. 소재가 욕이기 때문에 다소 거북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비속어 자체가 극명히 드러나지 않도록 말장난을 치거나 묘사를 달리 했지만, 부득이하게 실제 욕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약간의 마음의 준비만 있으면 됩니다.
3. 프랑스어 발음 표기는 본문의 내용에 맞춰 때로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때로는 실제 소리에 따라 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