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Schwabentopf n.(음식) 슈바벤토프
* 생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제목에서만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발음을 표기했고 본문에서는 외래어 표기법에 맞춰 작성했습니다. 다만 본문의 커리부어스트는 '쿠'리부어스트로 등재되어 있으나 입에 안 붙어 커리로 썼습니다. v/f는 b/p와의 발음 차이를 표시하려 제목에서는 앞에 괄호를 하나 달았습니다.
독일 음식은 투박했다. 슈니첼(Schnitzel)이 그랬다. 우리네 돈가스랑 비슷하다 해서 돈가스 옆에 밥 한 덩이, 샐러드 한 줌, 피클 몇 개가 같이 놓인 모습을 떠올렸지만, 투박한 슈니첼은 장식을 거부했다. 큼지막한 슈니첼 두 덩이만 덩그러니 담겨 나왔다. 그리고 넉넉했다. 커리부어스트(Curry wurst)가 그랬다. 베를린 중앙역을 지나다 보여 간식 삼아 먹었는데, 양이 푸짐해 한 끼 식사가 되었다.
투박하고 넉넉하지만 미식 여행을 독일로 다녀왔다는 지인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우리 입맛에 맞는 미식 여행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쪽에 더 가까운 듯하다. 그런 지인들에게 독일에서 ‘슈바벤토프’는 먹고 왔냐고 물었다. 그걸 먹었다면 투박하고 넉넉한 독일 음식도 미식 여행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거라 덧붙이며.
‘독일 음식 추천 리스트’로 검색한 여행 정보에도 슈바벤토프는 없다. 한국 지인 말고 여행 중에 만난, 독일을 여행했다는 외국 친구에게 이름을 들려줘도 낯설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슈바벤토프는 베를린에서 묵던 호스텔 직원이 추천해 준, 동네 어귀에 있는 여느 식당에서 파는 메뉴였기 때문이다. 이름의 뜻을 알고 나서는 왜 사람들이 그리 낯설어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먼저 ‘슈바벤’(Schwaben)은 남부 독일의 한 지역 이름이다. 바이에른(Bayern)주 하위 행정구역 중의 하나란다. ‘토프(topf)’는 단지, 솥, 냄비 따위를 뜻하는 명사다. 그러니까 슈바벤 지역에서 냄비 안에 재료를 넣고 만들어 낸 음식을 뜻한다. 그 안에는 슈니첼처럼 얇게 저민 돼지고기, 수제비 식감의 마카로니 모양을 닮은 슈페츨러(Spätzle) 반죽과 약간의 버섯, 야채가 들어간다. 그 위를 치즈로 덮고 오븐에서 익힌 요리. 남부 지방에서 유래한 이 요리를 베를린에서 먹고는 베를린에서 슈바벤토프를 안 먹어봤냐고 물어본 것이다.
그러니까 서울을 여행한 외국인에게 부산 밀면을 먹고 왔냐고 물어본 격이다. 부산 밀면 진짜 맛있었는데 왜 이 친구는 서울을 여행할 때 그걸 몰랐냐고 안타까워한 꼴이기도 하고. 서울에는 부산 밀면 말고도 먹을 게 차고 넘치듯, 베를린에는 남부 지방 요리 슈바벤토프 말고도 먹을 게 차고 넘쳤으리라.
다음에 독일 여행을 간다면 뮌헨을 가야겠다. (아직 독일은 베를린밖에 안 가봤다) 뮌헨 옆에 슈바벤토프의 바로 그 ‘슈바벤’ 지역이 있으니 겸사겸사 뮌헨도 보고, 슈바벤 가서 슈바벤토프도 먹으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