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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Apr 21. 2024

커피와 담배

후쿠오카 어느 카페

10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담배를 피었으니 근 40년이다. 일정 시간 담배를 못 피우면 금단 현상으로 힘들지 얺은데 딱히 끊어야 할 몸의 변화가 없고, 배송 중간중간 휴식할 때 할 것도 없고 해서 습관적으로 피고 있다. 안 그래도 수입에 비해 간접세를 충분히 내는데다 담배값에서 내는 세금도 탐탁지 않고, 담배값도 만만치 않아 3월 15일부터 전자담배로 바꿨다. 냄새가 안 난다는 이점과 담배값이 1/3 수준으로 줄어든 경제적 이득까지 노린 두마리 토끼 잡기다. 그동안 면세점에서 1인 허용 한도내에서 담배를 꼭 샀는데, 이번은 담배를 사지 않은 첫 여행이다.


자가 로스팅으로 커피를 내려먹은 게 2010년 즈음이니 근 15년이 돼 간다. 커피를 마시기 전엔 여행지를 돌아다니다 쉬기 위해서 카페를 찾았는데 지금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카페를 찾는다. 사람은 자신이 반복하던 일상을 여행에서도 반복한다. 뭔 일이든 남 탓하던 놈은 날씨(를 어떻게 할 수 없음에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탓하고, 맨날 남과 비교하고 남의 떡이 커보였던 놈은 약건의 불편에도 여행지를 비난한다. 그렇게 낯섦과 다름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그냥 집에 있는 게 낫다.


일본은 법이 바뀌어서 흡연 가능한 식당과 술집으로 변경할 수 있는지, 공지문이 붙은 가게들이 보인다. 숙소 근처에 ‘커피’의 음역어인 가배(咖啡)가 간판에 적힌 허름해 보이는 가게가 눈에 밟혔다. 상호가 없으면 어디가 어딘지 구분할 수 없는 비슷한 인테리어의 체인 커피숍(아이돌 그룹, K팝도 그런 걸 보면 요즘 트렌드인가?)보다 여기 말곤 없을 이런 데가 끌린다.


들어가서 바에 앉자마자 재떨이와 물 한잔을 내준다. 오~ 마음에 들어! 메뉴판은 일본어뿐. 이것도 마음에 들어!

-스미마셍, 아메리카노?

-(못 알아들은 듯)에~

-커피, 코피?

-아! 하또, 아이스?

-하또 커피

한국의 작은 커피숍에서도 흔한 에스프레소 기계가 안 보이는데, 주문하자 마스타가 드립 커피 내릴 준비를 한다. 느긋하니 전자담배 피우는데 앞에 놓인 재떨이를 보니 담배 안 사 온 게 살짝 후회된다. 전자담배도 니코틴 중독이란 점에선 같지만 재떨이에 걸쳐둔 담배에서 가는 담배연기가 피어오르고, 담뱃재를 재떨이에 떠는 건 전자담배가 줄 수 없는 행위라 아쉽다.


일본 작은 가게에선 카드 안 되는 곳이 종종 있다는 말이 생각나,

-끄레디트 카드 가능?

-스미마셍, 온리 캐시

-(이미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는데, 어쩌나 싶어) 스미마셍, 노 머니

-(괜찮다는 웃음을 지으며) 노 프라블럼.

스미마셍, 스미마셍을 연발하며 나왔다. 내리다 멈춘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후쿠오카를 다시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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