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손절한 나의 생애 마지막 운동
난 172cm의 사지 멀쩡한 25살 여성이다. 날씬하지도 통통하지도 않은 평균 체형의, 체질과 환경의 탓으로 희미한 기력과 근육을 가진 일반적인 운동부족형 인간이다.
키 작은 어린 시절을 거쳐 성인이 된 후로도 자란 대기만성형 장신인 나는 고등학생 때 170의 키를 가지고 있었다. 체육선생님은 나의 피지컬을 보고 발군의 운동실력을 보여줄 것이라 한껏 기대했으나, 미안하게도 운동회에서 매년 한결같이 꼴찌의 명예를 그러모은 나는 눈에 띄는 비실함을 보여주었다. 기린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본인의 긴 육체를 감당하지 못해 풍선 인간처럼 휘청댄다는 소리였다.
내가 운동을 대하는 태도에는 저어하다는 단어가 가장 적합하다.
저어하다(齟齬하다)
1 익숙하지 아니하여 서름서름하다.
2 뜻이 맞지 아니하여 조금 서먹하다.
한 학기 동안 같이 지내야 하는데 좋아하지도 않고 서먹하고 안 맞는 짝꿍이라고 보면 된다.
고등학생 때는 스트레스 해소로 달리기를 했는데,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경험하고 쉬지 않고 달렸다가 발목이 맛이 갔다. 여러 번 인대가 다쳐 이제는 살짝만 달려도 발목에 찌릿한 느낌이 올라온다. (러너스 하이는 엄청난 아드레날린을 가져다주는 마약 같은 순간이지만, 나처럼 페이스를 조절하지 않고 달리면 몸이 망가질 수 있다.) 발목이 약하다는 것은 실로 대부분의 운동에 엄청난 페널티가 되어 나의 '소질 없음 x 흥미 없음'을 더욱 배 불려주었다.
성인이 되고 성장호르몬이 멈추었다. 노화가 시작된 몸은 가만히 있어도 유지되었던 어린 시절의 컨디션과 달리 가만히 있으면 급하락하게 된다. 누가 내 뺨을 철썩 친 기분이었다.
디자이너의 직업병으로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와 골반 통증 등을 겪고, 하루하루 낮아지는 기초대사량으로 체중은 티 안 나게 숫자를 늘려갔다. 바른 자세로 앉거나 서거나 걷는 것조차 힘겨웠다. 출퇴근이 힘든 직장인이 운동하는 것은 대단한 거라고 변명을 하며 징징댔다. 여러 핑계를 더 대려고 했는데, 다 너무 노골적인 핑계라 관두기로 하자.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 자기 관리를 안 하면 퇴사 후 늘어질 것 같다. 매일 하루에 30분씩 태양 경배 자세를 하면 땀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내 몸인데 내 말을 안 듣는다. 힘들다. 오랜만에 해서 자세도 정말 안 나오고,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분명히 쓰러질 것 같다. 빈야사를 한 번 돌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하는 기대와 또다시 시작한다는 절망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요가를 하는 이유는 활력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이고, 활동이 적은 사람의 에너지를 조금이나마 소모시켜 숙면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과거 우울증으로 사라진 입맛을 만들어주었던 일등공신이고, 잘 다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본인의 컨디션과 숙련도에 맞춰 진행한다.
나에게 운동은 미래에 도움이 된다거나 몸매를 가꿔주는 수단이 아니라 지금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성취감이며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살피는 행동이다.
나를 건져 올려 줄 사람은 오늘의 나밖에 없음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