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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끝없는대화 Jul 21. 2021

<아빠, 저예요.>_성냥팔이 소녀

안데르센 동화 재창작 공모전

 아빠를 처음 만나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빠, 저예요. 아빠가 그토록 찾던 딸이에요? 아니야. 아빠, 너무 보고 싶었어요? 안녕하세요, 아빠?


 나를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아빠가 어색해할지도 몰라. 내가 먼저 어른스럽게 다가가서 살갑게 굴어야지. 아, 그렇지. 내가 너무 달라져서 한 번에 못 알아볼지도 몰라. 나는 그동안 몰라보게 귀여운 숙녀가 되었으니까. 천사처럼 웃으면서 인사하고 내 이름을 말해줘야지.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 좀 봐. 예쁜 얼굴이 찬바람에 사과처럼 빨개졌구나. 길에서 우연히 아빠를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얼굴이 못생겨지면 안 돼. 성냥 딱 하나만 켜야겠다.

     

 성냥팔이 소녀는 골목에서 멈춰 서서 성냥을 꺼낸다. 불을 붙이고 얼굴과 손을 잠시 녹인다. 그러다 성냥불 속에서 무언가를 본다.


 아빠가 나를 애타게 찾고 있어.  이름을 외치면서  추운  속을 헤치고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고 있어. 아빠가  저렇게 얇은 코트를 입고 있지? 설마 나를 찾기 위해  나라를 헤매다가 돈을    아닐까? 그러면 큰일인데. 불쌍한 우리 아빠. , 성냥 꺼져버렸네. 아니야, 돈을  쓰셨다고 해도 내가 아빠를 도와드려야지. 둘이라면 지금처럼 성냥이든 뭐든 팔면서 허름한 창고에서 지내도 행복할 거야. 요샌 성냥이   팔려서 걱정이긴 . 눈이 너무 많이 내리네. 성냥을 하나만  켜자.     


 눈발이 거세진다. 멀리서 캐롤이 들려온다.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을 하나 더 긋고 성냥불 속에서 다시 무언가를 본다.     


 아빠가 호화로운 대저택에서 쓸쓸하게 벽난로를 들여다보고 있네. 아빠도 내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부자가 되었는데 홀로 쓸쓸하게 딸을 그리워하다가 병에 걸리신 거야. 혹시 병을 앓느라 기억을 잃어서 내 이름을 잊은 게 아닐까? 아빠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내가 아빠를 찾아야지. 아빠를 찾아서 따뜻한 나라로 마차 여행을 가자. 옆에서 간호해드리면 병도 깨끗이 나으실 거야.     


 크리스마스로 너그러워진 사람들은 넝마를 입은 소녀가 딱하여 다가간다. 그러다 소녀가 쉼 없이 내뱉는 혼잣말에 놀라서 피해 간다. 소녀는 웃으며 토끼처럼 깡총깡총 어딘가로 향한다.     


 성냥이 있어서 참 다행이야. 항상 문제들을 해결해주니까. 직원 아주머니가 소리를 질러서 귀가 떨어지는 줄 알았네. 따뜻해도 좀 참아야지. 저렇게 굴면 나처럼 사랑받는 딸이 되지 못할 텐데. 아빠가 어디 사는지 알아냈어. 진작 이렇게 할걸. 아빠, 제가 아빠를 찾았어요. 당장 만나러 갈게요.


 성냥팔이 소녀가 걸음을 멈춘 곳은 평범한 목조주택 앞이다. 색색의 알전구와 장식들이 정돈된 현관을 장식하고 있다. 소녀는 조심히 창문으로 다가가 께끔 발로 안을 들여다본다. 유리에 코가 눌리고 입김이 서린다.


 세상에, 나를 위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구나! 역시 아빠는 나를 기다리고 계셨어! 저 사람이 아빠구나. 시간이 지났지만 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드디어 아빠와 만나는 거야. 아빠를 처음 만나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너무 기뻐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를 꼬옥 안아주실까? 눈물을 흘리면 의젓하게 닦아드려야지. 벽난로도 따뜻해 보이고 소파도 아늑해 보인다. 저 많은 요리들을 준비하느라 힘드셨겠어. 식탁에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하면서 저녁을 먹고, 그다음엔 보송한 거위털이불에서 잠들겠지.     


 그런데, 내가 오늘 찾아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왜 포크가 3개지? 의자도 3개네?     


 저 여자랑 꼬마애는 누구길래 방에서 나오는 거야? 왜 아빠가 저 꼬마를 안아주는 거지? 아빠는 나만 안아주는데. 왜 내 선물상자를 저 꼬마한테 주지? 우리 엄마는 내가 아기 때 돌아가셨는데 저 여자는 누구지? 왜 저 사람들이랑 식사를 하는 거야? 저건 내건데. 저 자리엔 내가 있어야 하는데. 아빠, 여길 보세요. 저예요. 제가 아빠를 찾아왔어요. 아빠의 착한 딸이 왔어요.


 아, 저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구나.


 아빠 이름으로 된 집 주소는 분명 여기였어. 저 사람이 우리 아빠에게 나쁜 짓을 해서 내쫓은 거야. 내가 없는데 저렇게 행복하게 웃고 있는 저 사람이 우리 아빠일 리 없어.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아야 해. 내가 직접 해결하고 아빠를 찾을 거야. 착한 딸은 아빠를 도와드려야 해. 아빠를 처음 만나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성냥팔이 소녀는 마지막으로 남은 성냥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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