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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어버린 시계

by 알렉산더

시계를 마치 자식처럼 아꼈던 남자가 있었다. 시계는 남자의 심장박동과 맞춰서 똑딱거렸고 남자는 삶의 어느 순간이든 시계와 함께했다. 그
러나 어느 순간부터 남자는 자기와 심장 박동이 어긋난 시계를 거슬려했고 결국 남자는 시계를 방치하게 되었다. 시계는 서랍 안에 놓여 먼지 속에 묻혀갔고 바늘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어느 날, 남자는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시계를 우연히 발견했다. 1시 48분. 주인은 다시 시계를 차고자 시계공을 찾아갔다. 시계공은 시계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기계는 완벽한데, 시간이 멈췄을 뿐입니다."
남자는 당황스러웠다.
"시간을 되찾게 할 수는 없을까요?"
시계공은 슬픈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렵습니다. 이 시계는 당신과 함께 했던 추억을 기억하고자 멈추는 것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시계공은 잠시 한숨을 쉬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이 시계를 다시 작동하게 만들고 싶은 것은 진심입니까?"
남자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시계공한테 작별하고 나왔다. 그는 집에 와서 시계바늘을 수동으로 이리저리 돌려본다. 1시 48분 이후로 돌릴려고하니 무언가에 탁 막힌듯 돌아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과거로 돌려본다.
시계를 한 바퀴 돌려본다. 남자는 멍한 표정으로 놀이터와 학교 운동장을 배회하고 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시겨를 열 바퀴 돌려본다. 남자는 옷가게에서 옷을 고르고 있다. 옷을 입어보지도 않고 산다. 아니, 자세히보니 자기보다 훨씬 작은 옷이다.
남자는 미친 듯이 시계를 돌리고 있다. 20바퀴, 50바퀴, 100바퀴....
남자는 병원 앞에서 초조하게 왔다갔다하고 있다. 그한테 의사가 웃으면서 다가와 뭐라고 하고 있다. 남자는 환희에 가득찬 얼굴로 병원 안
어디론가 박차고 달려나간다...

남자는 울고 있다. 그 날의 심장박동이 다시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의 심장박동은 들리지 않는다. 나와 시계 중 누가 먼저 심장박동을
잃은 것일까?
"아 시계야! 부디 내 시간을 갖고 너의 시간을 돌려다오."
하지만 그의 시계는 역주행하기에는 너무나도 정교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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