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위인들의 집
이제 그녀는 그 누구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홀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었다. 바로 그것이 그녀가 이제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생각하는 것, 아니 생각하는 것조차도 아니고, 그저 잠자코 있는 것, 혼자 있는 것, 모든 존재와 행위가, 팽창하고 번쩍이고 소리 내는 것들이 사라지고 줄어들어 거의 엄숙한 가운데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쐐기 모양을 한 어둠의 핵심,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되는 것, 그녀는 여전히 똑바로 앉은 채 뜨개질을 계속했지만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을 느낄 수 있었고, 그렇듯 착념을 떨쳐 버린 자아는 자유로워져서 그 어떤 기이한 모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중에서
물도 전깃불도 가스난로도 없이 책과 석탄 연기와 사주식 침대와 마호가니 장식장으로 채워진 이 높고 낡은 집에서 당대 가장 까다롭고 신경이 예민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사람이 불운한 하녀 한 사람의 시중을 받으며 여러 해를 살았다. 빅토리아 중기 어쩔 수 없이 이 집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날이면 날마다 여주인과 하녀가 청결과 온기를 얻고자 먼지나 추위와 싸우는 전쟁터였다.
버지니아 울프, [런던 산책] 중에서
우리 뒤에 오는 여자들이 있어요, 여성 본성의 위상에 점점 더 가까이 접근할 여자들이에요. 저는 제 자신을 그저 희미한 표시로, 여자들 속에 있는 어떤 더 높은 자질이나 가능성의 기초로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저지른 괴벽스러운 짓이나 실수, 불행, 터무니없는 일들은 어떤 불완전한 형성, 미숙한 성장의 결과일 뿐이에요.
버지니아 울프, [이상한 엘리자베스 시대 사람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