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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Mar 24. 2023

나를 비추다

#다행, 행복이어라

음...

문득 내가 궁금해

나를 비추어 보았다

살짝 웃어보았다

가볍게 찰칵 남겨보았다

구겨진 시간만큼 주름이 늘었지만

굴곡진 계절만큼 흔적이 깊지만

어제보다 평안한 내가

씨익 웃을 수 있는 내가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나 행복인가


구멍 난 양말

찌그러진 주전자

마른 돌담 틈 노랑 풀 꽃

내가 아닌, 내가 보이는 그 어떤 사물에도

허! 하고 웃어 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나 행복인가


한 없이 고요한 새벽의 평안함이

뜨겁게 달아오른 한낮의 치열함이

별일 없이 지나가는 평범한 일상의 저녁이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나 행복인가


비록 지금의 내가

오랫동안 기대한 내가 아님에도

감사할 수 있어

비록 내일의 내가

오랫동안 기도한 내가 아닐지라도

감사할 수 있을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나 행복인가


그래

오늘 나를 보며 웃을 수 있어

지난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나 행복인가




쓴 김에 덧붙여 보는

요르단의 나무와 꽃이야기

가시 없는 황금 아카시아  - 미모사 나무


3월, 봄이 피는 요르단 / 황금 아카시아(미모사 나무, 꽃) / 사진 - 청연


"선생님, 저 꽃은 무슨 꽃이죠?"

그때에는 대답하지 못한, 후에 알게 된 미모사 나무(황금 아카시아), 꽃.

*요르단 현지인들은 그저 '아카시아'라고 부른다


가장 어려운 질문은 꽃과 나무와 풀들의 이름이다.

가장 어려운 질문은 사물의 '진정한 이름'이다.

김영하 작가님이 그랬던가, '진정한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라고.

그러고 보니 진정한 작가는 '사물의 참 이름을 알(들)려 주는 자' 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는 풀이되어버린 아름다운 공주이야기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미모사'였는데, 아프로디테 여신도 질투할 만큼 아름다웠던, 음악과 춤 실력도 대단했던 공주였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 공주의 단 한 가지 문제는 겸손하지 못한 태도였다.


한 날 궁정 밖을 거닐던 미모사 공주는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듣게 되었고, 그 소리를 따라갔다.

가까이 다가 설 수록 더 아름답게 들려오는 리라 선율과 그에 맞추어 읊조리며 흐르는 시구들... 자신의 실력을 넘어서는듯한 연주 실력과 시구의 아름다움에 놀란 미모사는 호기심에, 또 질투심에 소리가 나는 그곳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양치기 복장을 한 소년과 아홉 여인들이 있었다.

그 소년은 눈을 감은 채 시를 읊조리고 있었고, 아홉 여인들은 그 시에 맞추어 리라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년의 외모는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아름다웠다.


'아!...'


난생처음 부끄러움을 느낀 미모사는 그 자리에 얼은 붙은 듯 서 있었는데, 마침내 그 아름다운 소년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소년의 찬란한 눈 빛! 그 아름다움! 소년과 눈을 마주친 미모사는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 한편, 자신의 아름다움과 비교할 수 없는 그의 아름다움에 교만의 눈꺼풀이 벗겨진 탓일까? 아프로디테 마저 질투한 미모사는 끝내 그 자리에 한 포기 풀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소년은 한 포기 풀로 변해버린 미모사를 향해 손들 뻗었다.

마침내 소년의 손가락이 미모사 풀잎 끝에 닿았을 때, 미모사는 부끄러워 몸을 최대한 움츠렸다. 지금도 처음 부끄러움을 알게 된 미모사 공주가 그 풀 속에 남아 있는 걸까? 풀 잎에 손이 닿으면 수줍게 움츠려든다.

그리스 신화의 미모사 풀, 신경초라고도 불린다. / 픽사베이

한편, 양치기 복장을 한 소년은 아폴론이었으며, 아홉 여인은 무사이(MUSAI, 예술의 신 - 뮤즈 들)들이었다. 미모사도 꽃을 피우는데, 꽃 말의 이름은 부끄러움, 수줍음, 예민함이다.



다른 미모사 이야기

가시 없는 아카시아 - 황금 아카시아(미모사)


가시 없는 아카시아 나무를 한 번 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작고 몽실 몽실한 꽃나무를 '아카시아'라고 했을 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이름의 주인공 - 실버 와틀, 황금 아카시아, 미모사 나무 /  픽사베이


그런데

가시 없는 - 황금꽃 피는 아카시아 나무를 왜 미모사라 불렀을까?

부끄러움을 알게 되어 풀이되어버린 미모사처럼

자신의 부끄러움 - '가시'를 숨긴 탓일까?

가시를 숨긴 대신,

더 신기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탓일까?

아무튼,

가시나무 - 아카시아라는 편견을 벗어나게 해 준

그런 편견을 부끄럽게 해 준 소소한 이야기다.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남을 사랑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여야 한다.

다만 그것이 교만이라는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겠다.

한편,

차마 교만할 수 없는 외모를 주신 하나님께

이다지도 감사한 이유로 참 웃.프다.


사실,

..: .인은 .든게 .랑스럽다.

한편,

..: .인이란 걸 .르는척 사는게 .랑받는 비결이다.


씨익 웃으며,

수줍은 듯 살짝 뒤로 물러섭니다.


오늘도 함께 글 동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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