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y for Itaewon

by 이주희

이렇게 좋은 날인데

해가 잠시 진 사이 백오십개의 어린 목숨이 사라졌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죽고나서 누군지 확인을 위해 분장을 지워야 했다는 얘기,

키와 몸이 상대적으로 작은 여자가 더 많이 죽었다는 얘기,

CPR을 하느라 진이 다 빠진 주변 사람들,

그리고 더이상 CPR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시체에 표시된 'NO'라는 글자.

사고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굉음이 귓가에 몰려오는 듯합니다.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다가

처음에는 없는 줄 알았는데 몇 개 있네요.

같이 슬퍼하기.

모든 이의 사연을 하나하나 들어줄 준비.

"그러니까 너희 거기 왜갔어?"라고 몰아붙이지 않기.

그저, 함께 조금씩 나아질 때까지

슬퍼하겠습니다. 더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될 때가 될 때까지. 이만하면 충분히 애도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가을날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도 마땅한 목숨은 없습니다.

사라지지 말았어야 했던

오늘 같이 청명한 이 가을 공기를 숙취와 함께 들이마심이 마땅했던 수많은 대한의 젊은이들을 애도합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좁은 골목길이 아니라 넓은 길에서 편안하게 뛰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