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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Sep 29. 2023

사람 사이의 적정한 간격이란

 어떤 분이 오스트리아 빈을 갔다 온 여행기를 카페에 남겼다. 읽다 보니 스물네 살 때 호주 어학원에서 내게 먼저 다가온 핏기 없는 얼굴에 키가 큰 여학생의 이국적인 얼굴이 생각났다.
 그때는 먼저 다가오는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나와 이미 친해진 이는 별 볼 일 없게 느껴졌고, 아직 가지지 못한 다이아몬드 같아 보이는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한눈을 팔았다. 하지만 그렇게 굴어서는 양쪽 다와 잘 지내기 어려웠다.

 욕심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와 친해지려는 마음이 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타입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면 저들 중 딱 한 두 명만 나와 말이 통하면 그걸로 될 것 같은 기분이랄까? 모른 채 비좁은 마음에 억지로 사람을 자꾸 들이다 보면 결국 과부하가 걸리기 십상이었다.

 마흔이 넘은 요즘은 먼저 다가와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역시 혼자만의 공간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있다가 서서히 좁혀가는 방식이 나에게는 가장 자연스럽고 좋다. 벼와 벼 사이, 어느 정도 간격이 있어야 둘 다 충분한 햇빛을 맞고 잘 자라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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