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너무 무서워요

나의 새로운 두 번째 걸음마

by 유영

10년을 함께해 온 물공포증 극복을 위해 얼떨결에 뗀 첫 발걸음.

왕초보반 첫 수업날이다.


우리 반은 팀장님의 말처럼 누가 봐도 초급반이었다.

전부 까만색, 부끄러워하는 눈빛이 역력한, 온몸이 긴장되어 어색한.

나 또한

낯선 샤워장에서 물을 맞으면서도 땀이 나게

홀로 힘겹게 까만 5부 수영복과 사투를 벌였다.

오기 전에 인터넷 검색한 바에 따르면 수영복을 힘겹게 입고 있으면

그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 어르신들이 와서 도와준다고 했다.

나는 누가 나에게 다가올까 무서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끙끙거리며 최대한 힘을 썼고

수영복 입는 것부터 온몸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정말 마음씨 좋은 분들이 2-3분 정도 내게 다가왔다. 감사하지만 저는 혼자 입을 수 있어요!)




퐁당 -

긴장되고 설레는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물속에 들어가 있는 그 자체는 기분이 좋았다.

내 몸을 감싸는 청량감.

손을 저으면 만져지는 것 같은,

손가락 사이로 간지럽게 와닿는 흐름이 사랑스러웠다.


물속에서는 그냥 걷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운동을 위한 걷기 레인도 별도로 있다.)

물의 저항을 온몸으로 느끼며 한 바퀴 걷기부터 수업은 시작되었다.

새로 시작된 나의 두 번째 걸음마.


걷기 후에 말로만 듣던 '음파' 호흡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물속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걷기부터 호흡까지 정말 하나하나 새롭게,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음파 아시죠~? 음~ 하고 조금씩 길게 내쉬고 파! 하고 들이마시고!"

일렬로 주르륵 서서 데크를 잡고 얼굴 넣어보기부터 시작했다.

(호흡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음파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이것은 나중에..)

심장 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커지더니

터질 것 같았다.

허우적거리던 그날, 물속에서 숨 막혔던 기억이 선명해졌다.


양 옆을 둘러보니 어르신도 아주머니도 젊은이도 모두 얼굴을 담그고 있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


서서히 얼굴을 숙인 순간,

코 끝에 차갑게 물이 닿은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망설이지 말았어야 했다.


'무서워!'

사라지고 싶었다.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지금이라도 나갈까?'


하지만 물러서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펑펑 솟아 넘치는 두려움의 감정을 나 혼자는 도무지 틀어막을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저 너무 무서워요."


강사님은 따뜻한 미소로 다가와 괜찮다고 말해주셨다.

무서운 게 아니라고, 지금 다들 하지 않냐고. 할 수 있다고. 한번 해보라고.


오늘 처음 만난 사이지만

이미 나는 그녀를 신뢰하게 되었고,

내가 의지할 사람은 그녀뿐이었고,

믿음직한 선생님의 한 마디에 다시 한번 용기가 났다.


'하, 그래. 죽진 않잖아. 지금은 바다가 아니잖아.

안전한 수영장이야. 딱 한 번만 해보자.'


다시 한번 질끈 감고

이번엔 머뭇거리지 않고 빠르게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풍덩 -

수경 속에서 감은 눈을 슬며시 떠보았고

나는 살아 있었고

멀쩡했고

물속에 들어간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졌고

마음이 평온해졌다.

단 한번, 1초도 걸리지 않은 그 순간에

10년을 괴로워한 물공포증은 극복되었고

나는 순식간에 그 고요함에 매료되어 버렸다.




두려움

어쩌면 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스스로 계속 먹이를 주며

오랜 시간에 걸쳐 키워온

실재하지 않는 괴물일지도 모른다.


물론 너무 거대해서 나를 잡아먹어버리는,

내가 상대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경우도 있겠지만

이처럼 막상 너무 허무하게,

눈 딱 감고 시도해 본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우선 맞서 봐야,

마주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존재하고 있는지 만나는 보아야 하지 않을까.


10년 만에 만난 나의 공포는

허상임이 밝혀졌고,

내가 만든 허상에게서

나는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었다.


나를 집어삼키려 했던 것은 물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나에게 평안과 해방의 장소,

괴롭고 슬플 때 나를 안아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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