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라 믿었는데, 오히려 좋은 일!

아무도 모르는 우리의 앞날

by 유영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 다른 업무를 해보고 싶습니다."
"... 올해까지만 해주면 안 될까?"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마음이 급격하게 쏟아져내려 흘러넘쳤다.




지켜지지도, 보장받지도 못할, 사실은 약속도 아니었던 말을 순진하게 믿었다.


"딱 한 번만 하면 돼. 전임자들도 다 한 번씩만 했잖아."
딱 한 번의 꼬임에 넘어가 1년에 한 번 있는 큰 행사를 맡게 되었다.


장점도 있다.
1년 치 일이 그 행사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업무 비수기로 느껴지는 시기가 있다.


다른 복도 많은데 하필 반갑지 않은 일복이 붙었나,
내가 맡은 해에 유독 전에 없던 일들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며 다시 돌아왔지만 당시에는 문자 그대로 밥맛을 잃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나는 메말라갔다.


하지만 한 번이니까, 그래, 한 번이잖아? 희망을 가지고 터널의 끝을 향해 멈추지 않고 완주해 냈다.

그런데, 끝이라 믿었는데, 끝이 아니었다.
잠시 끊어졌을 뿐, 또 다른 터널로 곧장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절망스러웠고, 원망할 대상이 없는 게 괴로웠다. 나는 무력했다.




말 한마디에 무너진 나는
말 한마디로 다시 일어섰다.


유일하게 내 사정을 다 알고 있는 동료가 말했다.
"오히려 잘 된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왜 그 있잖아. 다리 다쳤는데, 그 덕에 전쟁 안 나간 얘기."


그래.
흐려진 시야가 조금씩 개어온다.
나 혼자만의 바람으로 세워온 탑이 무너져내리는 당장의 광경에 나를 잃을 뻔했다.


오히려 잘 된 일일지도 몰라.




침착하자.
이럴 때일수록 객관적으로 봐야지.
그래, 내가 원하는 일과 결국 내게 잘된 일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잖아?

가만히 왔던 길을 돌아보면 그랬다.
그때는 이게 맞나 싶었던 일들이 오히려 잘된 경우가 곳곳에 놓여있었다.

울어버렸던 처음의 경험이 지금의 단단한 나를 만들었다.
여기에 오기까지도, 내가 원해서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아쉬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결국엔 축하받았던 때가 많았다.

모든 것은 알맞은 때가 있고, 그때를 기다릴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조급하면 일을 그르친다.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앞날은 끝을 모른 채 펼쳐져 있기에.


막상 또 어떻게 될지, 끝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작년에 이례없이 있던 일들이 아직까진 잠잠하다.
작년의 경험이 올해의 나를 조금 더 수월하게 해 줄 걸 안다.
이미 좋은 제안도 받았다.
이제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진 않지만.


하지만 괜찮다.

돌아보면 언제나 '오히려 잘된 일'이었으니까.

일희일비하지 말아야지.
어차피 나아가야 할 길이 구만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