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나요?
요즘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하고 있는 걸까.
어느 드라마 속 '커리어 우먼'이
어린 내게 큰 인상을 주었다.
정글 같은 사회를
꼿꼿한 자세로,
똑딱거리는 구두 소리로
헤쳐 나가는 당당함.
나도 저런 어른이 될 거야.
어린이는 예기치 못한
운명의 파도를 타고
흐르고 흘러 여기에 도착했다.
두 번째 섬을 향해 출발했을 때,
그때의 마음은 명확했다.
'쓸모 있는 사람이고 싶어서'
'이 정도의 직업이면 괜찮을 것 같아서'
'인정받고 싶어서'
모두가 바라보는 길을 따라가면,
그 길 끝에 내가 원하는 삶이
펼쳐질 거라 생각했다.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지적을 받는 날엔 하루가 무너졌다.
내 가치는 늘 타인의 잣대로 측정되곤 했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의심 없이,
그 잣대에 나를 구겨 넣으려 애썼다.
분명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나는 지쳐갔다.
갑작스럽게 업무가 바뀌고
처음 겪는 일들이 연속되던 어느 날,
내 눈에 들어온 상담 포스터를
이전처럼 지나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상담 방법 중 전화를 택했다.
나는 나를 보일 자신이 없었다.
수화기 너머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건넸다.
"많이 힘드셨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 첫 한마디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아니 오히려 내 의지를 거슬러
눈물이 왈칵
반짝 부서져 쏟아져 내렸다.
나는 그렇게 그날 밤,
눈 한번 마주쳐본 적 없는 사람에게
무거운 마음을 열어보였고,
내려놓자 아주 가벼워지는 마음을 느꼈다.
말을 들어주는 행위 자체의 힘은 너무 대단해서
단번에 한 사람을 깊은 우물에서 꺼내주었다.
일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일 때문에 내가 작아지는 건 싫다.
성과도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성과만으로 설명되는 사람이고 싶진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
나는 나에게 조금 더 친절하고 싶다.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지치고, 흔들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게
성공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준이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란 걸.
그 이후로 나는 아주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꺼내놓을 만큼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 사실은 누군가에게 자랑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
내 삶을 조용히 밀어 올리는 힘이 되는 변화.
평가보다는 경험을,
속도보다는 방향을 보려고 한다.
누군가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
내가 오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회사가 내 삶의 전부였던 시절에서
회사는 내 삶의 일부가 되는 시절로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이건
커다란 결심이 아니라
조용한 다짐이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내가 내 바깥의 세계를 사랑할 수 있고,
세상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배우고 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시간을 엮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