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방향으로
부서장이 또 바뀌었다.
천상계의 인사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솔직히, 알겠다 싶던 적은 없다.
말단에 있을 땐
저 위는 너무 멀어서,
그리고 당장 내 눈앞에 쌓인
헤쳐가야 할 더미들에 쫓겨서
아무것도 내다볼 여유가 없었다.
멋모를 때가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아는 만큼 늘어나는 걱정과 생각들.
하여튼,
부서장이 바뀔 때마다
모든 게 바뀐다.
액자와 시계,
그리고
상사들의 서열까지.
팀장님들의
엇갈린 희비와
복잡 미묘한 감정이
안개처럼 사무실을 덮었다.
나도 언젠가는
안개가 되려나?
전 그냥 어느 구석자리에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조용히 살게요 ㅡ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애초에 공평이라는 게 존재하나? 흠.
어쨌든, 사실 똑같은 일이 주어져서
누가 더 잘하냐 평가하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일, 다른 성과를 낸 걸로 평가받다 보니
객관적이기 힘들다.
그래서 평가자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이
불가피하다.
다 사람이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어느 날 부서장님께서
직원들을 손수 살피시겠다는,
정작 우리는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싶은,
넓은 마음을 보이셨다.
일정과 조가
어떠한 기준에 의해 짜여
소통의 장이 열릴 예정이라는 공지가 내려왔다.
각 팀당 2명씩.
바닥이 술렁였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도
아는 얼굴은 바로 눈에 들어오듯
내 이름을 발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도 준 적 없는 책임감이
어깨에 내려앉았다.
아, 왜... 흑흑.
하기 싫은 마음과 반대로
내 머리는 적극적이었다.
눈치 보다가 적절한 순서에 치고 나갔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했다.
1시간 넘게 신경을 곤두세운 탓일까
이산화탄소가 가득했기 때문일까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어후 피곤해.
집에 도착해서는
바로 소파로 다이빙했다.
갑작스러운 회식 통보로
수영이나 피아노, 글쓰기 루틴이 깨지는 날에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 나날들을 여러 번 거치며
점점 나는 나를 알아가게 되었다.
나는 내 삶을 잃으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내 삶은 직장에 있지 않음이 선명해졌다.
그럼에도
사회 속에서의 내 필요를 인정받고,
타인인 동료들과 함께 지내며
사회인으로서의 생활을 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적당한 선,
내게 적당한 깊이를 찾아가고 있다.
나는 높이 나는 새가 아닌,
수평선과 지평선을 따라 멀리 나는 새.
가끔 동료, 선배들은
야망 없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제는 모두에게 이해받지 않아도 괜찮다.
저는 지금이 딱 좋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