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버티는 게 대견한 K-직장 속 관계
요즘 내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자주 뜨는 내용이 있다.
김대호 아나운서가 오랫동안 같이 해온
프로그램 동료와 방송 전후로
'인사만' 했다는, 그거면 충분하다는 이야기.
많은 생각이 훅훅 스쳐 지나간다.
예전의 나는
사람이 그냥 좋아서
쉽게 먼저 다가갔다.
정확히는,
여러 사람과 어울려 노는 게
재미있어서.
특히 첫 직장은
또래가 많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모두가 함께 퇴근 후에도
놀고먹는 걸 즐겼다.
내가 한 자리를 지키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지나갔다.
그때는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몰랐던 어린 시절이라
나가도 꼭 연락하자던 그 약속이
이어지지 않는 경험을 한 번, 두 번 거치며
슬펐다.
아니, 솔직히 서운했다.
나만 진심이었어... 흑흑.
물론 누군가에게는 나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실망스러운 사람이겠지만.
이전 근무지의 사람들을
나는 진심으로 좋아했고,
떠난 후에도 몇 번 만났는데,
그곳은 차 없이는 갈 수 없는 곳이라
차를 팔고 나니 저절로 멀어졌다.
그곳에 두고 온 내 마음은 여전한데
이를 전할 길이 없다.
가끔 메신저로 안부를 묻는 것 외에.
잘 지내시죠?
한 해, 두 해...
나도 사회에 찌들어가며
이 모든 게 어쩔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알아버렸다.
그때는 함께였기에,
같이 있었기에 즐거울 수 있었던 거였다.
우리 모두 피곤한 K-직장인이기에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그대로여도
다시 만나기가 힘들다.
하루하루 출퇴근 잘하는 것도
기특한 직장인들이여...
최근, 팀을 옮겼다.
바뀌자마자,
내 일이 뭔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사정 따위는 당연히 알 바 아니라는 듯
쏟아지는 일더미에
근무시간 8시간을 내리
모니터만 바라보며 며칠을 지냈다.
아니, 8시간도 모자라
깊어가는 밤 사무실의 등대가 되었다.
(그래서 지난주 글을 못썼습니다...)
그렇게 한 주를 보내고
스트레스 풀러 수영장에 갔는데,
그날따라 모두 각자의 운동을 했다.
한마디도 없이.
그런데 갑자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다.
수영하러 왔으니, 수영만 하기.
지친 사람에겐,
말 한마디조차 사치인 사람에겐
침묵이 평화였다.
오랜만에 내 손끝과 발끝,
그리고 호흡에 집중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내게는
10년, 15년이 지나도
아직 만나는 소중한 직장 인연들이 있다.
그래서
직장에서 친구 만들기가
의미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서로 마음이 정말 맞는 사이,
그리고 어른이 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만남이 이어지는 데에는
일방이 아닌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기에,
서로가 노력하는 사이는 흔치 않다.
다시 생각해 보면
만난 장소가 직장이어서 그렇지
10년 이상 만나면 그건 그냥 인연이지, 뭐.
...
아, 그렇구나!
장소에 연연할 게 아니라
그냥 만나게 될 사람은 만나게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좀 혼자면 어때.
모두 칼퇴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은데,
퇴근 시간 전까지만 친하게 지내는 사이도
좀 이상하잖아?!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다 보니
저절로 조금씩 집착을 내려놓게 된다.
휴, 마음이 한결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