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것들이 쏟아지는 밤, 그 새는 어디에서 눈보라를

피할까.... 날기 위해 살아야 하는지, 살기 위해 날아야 하는지...

크리스마스이브... 성탄 성야미사를 보고 눈 내리는 밤길을 걸어오던 때가 먼 옛일처럼 여겨진다.

여전히 오늘 밤.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어김없이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지만... 성야 미사에 가지 않는다.

신심이 약해져서인지... 또 다른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열정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무기력을 되풀이하는 것... 항상 한 해의 끝에서 한 해를 돌아보며 새로 다가올 시간들에 대햔 기대를 품곤 했다. 코로나 2년의 긴긴 터널... 남은 것은 거리두기와 무관심, 무기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안과 밖의 기온차에 유리창이 뽀얗게 변했다.

눈은 여전히 내릴 것이다.. 창밖을 보든 보지 않든... 12월 크리스마스이브에 여전히 그 옛날의 눈이 내리고 있다.


낮에 가장 슬픈 모습의 새를 보았다

나는 날개 달린 것에 관심이 많다. 새들의 날개를 우리는 자유의 상징이라 하지만 새들에게는 생존 수단일 뿐... 살기 위해서 날아야 하는 것이다. 날기 위해 살고 싶지만 새들에게도 현실은 살기 위해 나는 것이리라.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지만 삶은 얽매이는 것투성이다.

그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마리의 새... 머리의 털이 듬성듬성하다. 새의 날개는 본래의 색을 잃어버린 듯... 그 어떤 비둘기도 저렇게 힘들어 보이진 않았다. 무리에서 이탈한 아니면 무리로부터 소외된 새가.... 오직 생존을 위해 걷고 있다.

생존을 위해 날개를 펴고 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지극히 가는 다리에 의지하여 먹이를 구하러 다닌다.

눈은 무슨 병에라도 걸린 듯 충혈된 새 한 마리. 듬성듬성한 털. 눈과 비에 젖은 날개. 새

식당 앞... 마른 화분 사이를 서성이며 먹을만한 것을 찾고 있다.

식당 앞에 방치된 화분... 한 때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혔을지도 모를 화분에.... 이미 말라버린 식물들의 꿈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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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잃어버린 새처럼 보인다. 희망. 자유에 대한 갈망, 의지.....

새에게는 지금 당장 이 순간 한 줌의 먹이가 자유이고 희망이고 꿈이다.

먹이를 찾는 새 앞에서 나는 무기력하게 서있었다. 새가 날기를 갈망하며 한참을 기다렸지만 새는 날기를 포기한 것처럼 꿈쩍하지 않았다. 새의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진 것은... 저 모습이 비단 새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든 생로병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구든 날고 싶은 의지와 자존과 꿈을 가지고 버티며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체념의 시간이 찾아올지 모른다.

자존과 희망과 존엄보다는 살아야 하기에 모든 것을 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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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하얀 것들이 하늘에서 밤새 쏟아질 터인데 그 새는 어디에서 눈보라를 피할까...

세상 어느 누가 병든 새를 위해 새장을 준비해두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줄까.

새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충만된 기분으로 성가를 부르고 촛불을 켜고 뜨거운 가슴으로 한해를 반추하던 그 옛날의 크리스마스이브는... 오갈 데 없는 지치고 병든 한 마리의 새의 모습과 겹친다.

나는 길 잃고 오갈 데 없는 병든 새 한 마리를 위해 기도한다.

그것이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는 가장 경건하고 거룩한 일처럼 여겨져서이다....../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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