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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날, 뱅크시의 버드나무

푸른 물방울이 눈물 방울이 되지 않기를........

영국 런던 핀즈베리 공원, 지난 3월  가지가 짧게 잘려 있던 벚나무가 하룻밤 새 푸른 잎을 가득 피웠다. 이 마법 같은 일은 ‘얼굴 없는 거리의 예술가’로 잘 알려진 뱅크시의 작품이다.     

본명과 정체를 숨긴 채 얼굴 없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그는 인스타그램에 작품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임을 알린다.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회색 도시의 이면

낡은 아파트,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다. 문명의 민낯이다.


      

뱅크시의 작업,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회색 건물에 초록을 불러왔다                   

똑같은 건물 벽이 전혀 다른 공간으로 다가온다. 왼쪽 아래에는 초록 여인이 서 있다. 나무를 바라보는 건강해 보이는 여인, 여인의 손에 든 물건은 고압세척기처럼 보인다고 하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곰팡이가 번져 가지를 잘라내야만 했던 나무 곁에 초록 여인이 삭막한 도시에 초록을 불러온 당사자처럼 당당하게 서있다.      




이토록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변화에 사람들은 환호한다

관광 명소처럼 몰려와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두가 웃고 있다. 회색 벽에 초록페인트가 칠해진 것 외에는 전과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우리 안에 초록에 대한 허기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푸른 물방울> 

          

내가 살아가는 지구는 우주에 떠있는 푸른 물방울     

나는 아주 작은 한 방울의 물에서 생겨나

지금 나같이 아주 우스꽝스럽고 조금 작은 한 방울의 물로 살다가

다시 아주 작은 한 방울의 물로 돌아가야 할 나는

나무 물방울 풀 물방울 물고기 물방울 새 물방울

혹은 나를 닮은 물방울 방울

세상 모든 물방울들과 함께 거대한 물방울을 이루며 살아가는     


 나는, 지나간 어느 날 망망대해 인도양을 건너다가 창졸간에 문득

지구는 지구가 아니라 수구 水球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끝없는 우주를 떠도는 푸른 물방울 하나     

                                                    안상학           


우주에 떠있는 푸른 물방울, 자구. 

영롱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나무 물방울 풀 물방울 물고기 물방울 새 물방울 혹은 나를 닮은 물방울이.... 모두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아무것도 모른 척, 알지 못하는 척  끝없이 우주를 돌고 도는 푸른 물방울 하나.... 아픔을 품고 돌고 도는

회전의 끝이 두려운 지구의 날 아침이다.     


산책로에서 마주한 나무의 모습

입을 벌리고 절규하는 듯한 모습. 가슴이 아리다. 저 벌린 입 속에 또 다른 생명체는 세 들어 살겠지만

그 고통스러운 외침이 귀에 들려오는 것만 같다.

우리를 응시하는 나무의 눈동자를 보았다.

눈물마저 말라버린 저 갈색 눈동자. 마주하기 두려웠다. 

가지가 잘린 나무들.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손발이 잘린 나무들이 공장의 굴뚝처럼 보였다

몽실거리는 새하얀 구름이 굴뚝으로 솟아나는 연기처럼 보이는 것. 자리에 멈춰서있었다.

살아간다는 것. 멀리서 보면 푸른 별 지구. 영롱하고 아름다운 푸른 물방울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통스럽고 아픈 현실.......

지구의 날이다. 4.22일이 지구의 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가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일이 지구처럼 슬프고 지구처럼 고통스러워서.... 지구와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 봄빛이 짙어지고 있다. 새들은 여전히 운다. / 려원


<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4 원종린 수필 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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