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으려면....... < 취하세요> 샤를 보들레르
취하세요 /샤를 보들레르
“항상 취해 있어야 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그것입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문제입니다. 당신의 어깨를 짓누르고 당신을 땅으로 구부러뜨리는 끔찍한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 당신은 끊임없이 취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취하느냐고요? 술이건, 시건, 미덕이건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그러나 어쨌든 취하세요. 그리고 때때로 어느 궁전의 계단 위에서, 어느 도랑의 푸른 풀 위에서, 당신이 있는 방의 침울한 고독 속에서, 취기가 약해지거나 사라져 깨어나게 되면, 바람에게, 파도에게, 별에게, 새에게, 괘종시계에게, 달아나는 모든 것에게 신음하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몇 시냐고 물어보세요. 그러면 바람이건, 파도이건, 별이건, 새이건, 괘종시계이건 모두가 당신에게 이렇게 대답하겠지요. ”지금은 취해 있어야 할 시간이지요! ‘시간’의 괴롭힘을 당하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세요, 끊임없이 취하세요! 술이건, 시이건, 미덕이건,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
취해있어야 한다는 것. 어깨를 짓누르고, 땅으로 구부러뜨리는 끔찍한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취해 있어야 한다.
무엇에....
끝없이 취해있다가 달아나는 모든 것에게 신음하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몇 시냐고 물어보면
들려오는 답은 ”지금은 취해 있어야 할 시간이지요! “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여름이 갔다
그 무더위의 피날레를 엄청난 장댓비로 마감하고....
달력은 어느새 9월의 중반을 넘어섰다.
무엇에 취해있었을까? 계절이 세 번 바뀌도록 취해있지 못했다. 다만 지쳐있었다....
제대로 한 것이 무엇일까... 가을의 초입, 바람결이 달라지지 생각이 많아진다.
어쨌든 올해 안에 출간될 산문집 교정에 매달려있었다.
산문집은 시집이나 소설집에 비해 늘 소외되는 느낌을 들게 한다. 힘들여 쓰지만.. 결과물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대충 마무리할 수 없는 작업이다...
아마도 수필이란 장르가 누구에게나 열려있기에... 그 열려있음의 범위만큼..... 대중성을 확보하기가 역설적으로 더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종일 비가 내렸다. 방향 없이 날리는 비만큼 마음을 잡지 못하였다,
무언가에 제대로 취해있지 못하면서 벌써 가을이라니...
오후부터 시작된 비가 아직 그치지 않고 있다.
벌써 밤이다.
취해있어야 한다........... 무엇에든.
시간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