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러시아 미술
20세기 러시아 미술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이전에 꼭 눈도장을 찍어야 할 작가가 있다 .
러시아 작가들이 뽑는 러시아 최고의 작가 발렌틴 세로프!!
러시아의 모더니즘은 엄밀히 말해 세로프의 붓끝에서 시작 되었다 할 수 있다.
러시아 초상화 기법의 혁명을 일으킨 작가 이며 초상화 위의 초상화를 그렸다 평가 받는 작가 !!
그의 작품속에는 당시 유행하던 다양한 미술적 기법들이 자유롭게 응축되어 있다. 세로프는 진정 예술가다운 대범함으로 이동파의 전통과 이별하였고 20세기 새로운 러시아 미술의 장을 여는 교량역할을 했다 평가받는다.
19세기 말엽, 러시아 미술 세계는 이동파의 리얼리즘에 대해 성장, 발전, 변화의 목소리가 높았고, 새로운 예술성의 투입이 절실하던 때였다. 그 선두에서 서있던 세로프는 전통의 구태의연함을 걷어내고 작가로서 표현의 자유가 무엇이며 그로 인해 탄생하는 예술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세로프는 예술인들의 성지 아브람체보에서 성장하며 레핀, 폴레노프, 바스네쵸프 등에게 사사받았다. 당대 최고의 화가들에게 그림을 배운 것이다. 타고난 천재적 재능과 올바른 교수법이 만났으니 세기의 작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 아닐까?
그럼 세로프 초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놀랄 만큼 사실적이다. 레핀의 초상화가 약간의 극적이고 문학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면, 세로프의 그림에는 어떠한 과장도 가식도 없다.
그럼에도 모델이 가진 대표적인 특징을 절묘하게 끄집어내 그림에 표현한다. 누구나 그림을 보는 순간 인물이 지닌 사회적 지위라든가 성격 또는 모델의 내면 등을 바로 읽어낼 수 있다.
사람의 성격, 인품, 분위기 등을 진솔하게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과장하기 십상이고, 그 사소한 과장이 사실 그림의 진실성과 예술성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세로프의 그림은 다르다. 세로프의 그림을 하나씩 보다 보면 초상화는 너무 아카데믹하고 형식적이라 흥미 없다고 말하는 많은 미술 애호가들의 감동의 탄성을 끌어낸다 .
세로프는 모델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절묘하게 잘 어우러져있다. 과거 초상화가 모델을 과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세로프는 작가로서의 표현 자유를 초상화를 통해 이뤄내고 그림 속 모델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사한다.
러시아 미술사에서 세로프의 명성을 뛰어넘는 초상화가는 없다라고 지금도 평가 받는다. 세로프의 자유로운 표현은 20세기 러시아 미술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데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한 작가로 20세기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선두 주자다.
그의 대표작을 하나 하나 살펴 보며 , 세로프가 일궈낸 표현의 자유가 진정 무엇인가를 가늠해 보기 바란다.
막심 고리끼 초상 1904년
여러 작가들이 고리끼를 그렸지만 세로프의 이 초상화는 고리키의 혁명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평가받는다.
세로프 초상화의 진수라 할 수 있는<막심 고리키의 초상>에는 혁명가로서 힘차고 결의에 가득 찬 고리키의 이미지가 잘 나타나 있다. 활력적이고 자유롭다. 일상적인 포즈이지만 러시아혁명가로서 고리키의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느낌이 잘 살아 있다. 특히 손의 표현이 뛰어나다
복숭아와 소녀 1887년
이 작품은 세로프가 스물두 살이던 1887년에 완성된 것으로 그를 세상에 알린 첫 번째 작품이며 1888년에 세로프는 이 작품으로 모스크바 예술가상을 받는다. 그림 속 소녀는 아브람체보의 영주이며 당대 최고의 예술 후원가 사바 마몬토프 백작의딸 베라 마몬토프다.
그의 스승 레핀의 그림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쿠르드 현의 성행렬> 등에서 그림 전체를 감싸고 있는 화사한 햇빛을 기억할 것이다. 세로프는 스승에게서 배운 화사한 햇빛의 표현을 <소녀와 복숭아>에서 완벽하게 재현해 낸다. 화사한 빛이 소녀의 청춘과 건강한 생명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생기발랄한 붓터치로 표현되어 있다.
화사하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자연의 싱그러움을 흠뻑 먹은 듯한 소녀는 화가를 위해 숨을 가다듬으며 포즈를 잡는다. 소녀의 싱싱한 생명력이 복숭아의 풋풋함과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영원히 늙지 않을 것만 같은 청춘의 향기를 화가 세로프는 경쾌한 붓터치와 수채화 같은 색조로 이끌어 낸다. 화폭 속의 인테리어는 화려한 햇빛과 하나가 되어 눈이 부시다. 고전적인 정갈한 붓 터치에 인상주의적 색채가 어우러져 소녀의 청춘과 햇살의 찬란함이 하나의 교향곡이 된다.
햇빛이 녹아든 실내의 화사함을 인상주의 기법으로 잘 표현하면서도 붓놀림의 도도함과 우아함이 매우 정결하고, 윤곽선 처리가 깔끔하며, 햇살을 머금은 소재들이 소녀의 싱그런 젊음과 함께 빛난다.
<소녀와 복숭아>의 배경은 아브람체보의 마몬토르 영지로 현재도 이곳을 방문하면 베라가 앉아있던 저곳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황제 니콜라이 2세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초상>에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황제의 이미지가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림 속 남자는 잘생긴 배우 같은 느낌을 줄 만큼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지만 대국을 이끌어야 하는 황제!! 러시아라는 대국을 이끌어 갈 황제라는 신분과는 맞지 않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의 여리여리한 눈빛을 보니 황제의 불우했던 생애를 이미 알고 있어 측은함만이 솟는다. 당시 세로프는 황제로서 그를 그렸을 텐데, 미래를 점친 것일까? 그림 속 황제는 많이 슬퍼 보인다. 아니면 대국의 황제로서 세상이 두려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