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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Mar 20. 2022

이 주의 시들-목소리

음색이 좋다면야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목소리를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입니다.

목소리는 사람의 성대에서 나는 소리이며, 사람마다 각각 다른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로 하는 의사소통의 기본바탕이 되는 수단이자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소리이기도 하죠.

사람이 할 수 있는 표현 중에서 감정이 제일 쉽게 실리는 수단이 바로 목소리입니다. 이는 비단 사람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온갖 자연물에서 나는 소리도 목소리로 치환되어 감정을 전달하곤 합니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의지를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그 때문에 소재로써의 목소리는 글에서 쓰일 때 분위기를 직설적으로 지배합니다. 텍스트 안에서 목소리가 어떤 감정을 지니고 있는지만 간파하면 작품의 내용이 한층 더 뚜렷해진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정이 읽는 이에게 얼마나 잘 와닿는가'겠지요. 이번 베스트는 이걸 기준으로 뽑아보았습니다.

그럼 함께 보러가시죠. 어떤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1.이재익벨기에이적님의 '에코'

https://m.fmkorea.com/4407498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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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언제나 서툴어서 배운대로

뒷말만 메아리치며 주위만을 맴돌았다 


앵무새를 신기해하다 금방 질린 그대는

똑닮은 이 만나 우물을 떠나갔다 


여전히 따라할 것을 찾아해메던 나는

소리조차 못 내며 엉엉 울어버렸다 


그대, 어디론가 사라진 그늘자리엔

하이얀 수선화 숨어 살아피었다

/////////////
시평: 앵무새같은 사랑은 상대방에게 내내 휘둘리기만 하는 형태일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편하기만 한 연애에 얼마 안가 질린 상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죠.

미움받을까봐 늘 듣기 좋은 말만 녹음기처럼 들려주고. 자기 쪽에서 주도하는 것 하나 없이 항상 하자는 대로만 따라하고. 화자에게 싫증이 날만도 합니다.

하지만 슬픔의 정서가 쫙 깔린 글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저도 모르게 화자를 동정하게 됩니다.

혼자 남은 앵무새가 우물을 눈물로 채울 미래가 눈에 선하게 그려지므로.

잘 읽었습니다.



2. 범과야차님의 '비수'

https://m.fmkorea.com/4423497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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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목소리는
그대와의 단절 속에서
가장 적은 진동으로도 

속절없이 부서지어
마음속 비수가 되었네.

아무리 뽑아내 봐도
채워지지 않는 공간만이 남아

거대한 동공 속

차디찬 목소리의 

진동만이 맴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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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말에는 사람을 죽이고도 남을 만한 위력이 있습니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이 남을 찌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속으로 삼킨 말이 자신의 가슴을 찌를 때도 있지요.

자신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따라서 어떤 말을 들으면 상처를 받을지도 잘 알죠. 자기혐오, 자괴감은 비수를 자신에게 끊임없이 꽂는 정신적인 자해나 마찬가집니다. 단절된 세상은 그 상처에 더더욱 박차를 가할 뿐.

잘 읽었습니다.



3. 에펨은처음인데님의 '서해, 당신의 언어'

https://m.fmkorea.com/44288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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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하루가 끝나기 전

 서해를 드라이브하다보면 바다가 들려요

 쓸쓸한 고통과 신음의 유적지

 유전처럼 들리는 대부분의 슬픔은

 그들 입천장에 곪아가는 염증 때문이 아닐까요

 평생을 짊어질 그 날카로운 통증이

 바다의 물결을 요동치게 하더랍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응축되어 부풀어가는 당신의 언어

 당신의 호흡, 당신의 숨결, 가련한 목소리까지도

 침묵에 번역이 데시벨적으로 멈출 뿐

 저는 늘 고요한 당신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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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많고 많은 자연물 중에서 바다는 분명 목소리를 갖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파도가 그렇게 많이 칠 이유가 없으니까요. 통역이 안될 뿐이지 우리는 항상 바다에게 말을 듣는 중입니다.

그리고 화자는 바다로 예를 들어서 '당신'의 답을 듣고 싶어합니다. 입조차 없는 바다도 닿지 않는 질문을 꾸준히 인간에게 던지는데, 당신은 언제가 되어야 입을 열텐가.

기본적으로는 추궁에 가까운 자세지만, 결국 화자는 마지막에 가서 꼬리를 내립니다. 계속 곁에서 기다리겠다고. 부푼 언어의 주머니가 터지는 날을 기대하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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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목소리라는 다소 친숙하고 쓰기 쉬운 소재가 나왔네요. 늘 그렇듯이 시평을 쓰는 건 쉽지 않았지만...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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