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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un 05. 2022

이 주의 시들-민폐

그렇게라도 내 안으로 들어와줘요.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민폐를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민폐란 개인 또는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민폐를 끼치는 원인은 아주 다양합니다. 불운이 겹쳐서 생기는 실수부터해서 치밀한 계획 끝에 행해지는 악행까지. 결과는 똑같지만 조목조목 따져보면 너나 할 것 없이 특색있는 사연들이 한가득이죠. 개중에는 민폐가 아니라 다른 이름이 붙여져야 하는 얘기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전 이 민폐라는 단어에 정이 붙질 않습니다. 성질 자체가 현상을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때문에 이번 주제는 글 속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만족스러운 한 주가 되었죠.


과연 이번 베스트는 민폐를 어떤 식으로 풀어냈을까요. 함께 보시죠.



1. 맘모스빵님의 '민폐'


https://m.fmkorea.com/465709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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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올랐음은 까만 재가 증명해주고

사랑했음은 남겨진 아픔 두 송이가 증명해준다  


달뿐이었던 세상에

한 줄기 희미한 태양이 민폐가 되진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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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원래부터 이변과 이방인은 환영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한들, 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기존에 있던 것과 비슷하기까지 하면 변해야 하는 명분도 약해지고요.


은은한 달빛과 비교하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뜨겁고 눈부시고, 원치 않아도 강렬한 흔적을 몸에 남기고 떠나니 말입니다. 딴에는 희미했다고 하지만요.


그래도 민폐는 아니었습니다. 달이 못하는 일을 해주고 갔으니까요. 달빛은 사물을 까맣게 태우지 못합니다. 사랑에 불을 붙여주지도 못하죠. 그러나 태양은 해냈습니다. 그러니 빛을 빼앗긴 달도 태양을 책망하진 않겠죠.


잘 읽었습니다.



2. 솜사탕맛비둘기님의 '고성방가'


https://m.fmkorea.com/4665008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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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이야기한다

달과 별과 우리의 공통점을


수많은 말들 중

한 가지 합의점도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고

그래서 좋았다


물에 살면 물고기요

술로 살면 술고기라


달도 별도 너도 나도

닭발을 등대 삼아 바다로 떠나자


떨리는 발버둥에

잔이 깨어진들 어떠하랴

뱃고동 소리도 우리도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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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적당한 음주는 사람을 너그럽게 만듭니다.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마주앉은 사람이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해도 웃어 넘기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옆 테이블 손님들이 눈치를 주지 않을거라 생각하죠.


이때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결론은 무조건 하나로 통일됩니다. '무한 긍정'. 비현실적이고 피상적인 말이라도 OK. 물고기가 아니면 어떠냐. 술에 빠지면 술고기인데. 하늘에 뜬 달과 별이랑 닮은 점이 없어도 괜찮다. 어차피 우리는 잔에 밤하늘을 담아서 마시는데. 이렇게 소리 지르면 민폐 아니냐구? 옆 테이블은 묵언수행하냐? 이런 식이죠.


풍류가 느껴지는 글이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3. 아떽띠해님의 'ㅁㅣㄴㅍㅖ


https://m.fmkorea.com/4646887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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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는 사람은 자신의 절박함만 안다.


이 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끼인 사람에게


니 가 쫌 참으라고 어차피 다 힘들다고 속으로 되뇌며.


폐 를 끼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예 의란 그저 때깔 좋은 남의 얘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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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이기적인 사람을 욕하는 일은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복수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요.


왜 이 사람은 예의도 안 차리고 나를 미는 걸까. 샌드위치처럼 끼인 나는 진짜 안중에도 없나? 물어보면 답해줄까? 다른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예의가 남의 얘기처럼 느껴지지 않게 해주는 것. 그러기 위해선 먼저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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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민폐라는 단어를 심도있게 다룬 한 주였는데요. 저는 이미지가 일주일만에 꽤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특히 베스트를 쓰면서요. 나는 주로 민폐를 끼치는 쪽이었나, 아니면 당하는 쪽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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