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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Aug 22. 2022

이 주의 시들-통닭

요즘은 한마리에 8천원 하더라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통닭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군요.

통닭, 닭을 통째로 튀긴 음식이죠. 트럭 그릴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전기구이형 통닭부터 정직하게 기름에 퐁당 빠뜨린 옛날통닭까지. 치킨과는 달리 한 마리가 통으로 튀겨진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통닭이 익숙해서 지금도 치킨을 통닭이라 부르기도 하죠. 그게 입에 따라 붙은 자식들도 있고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먹었던 추억의 음식은 집집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런 풍경을 대표하는 음식은 통닭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끼리 통닭을 먹은 경험은 없어도 상황만으로 공감이 가니까요. 집에서 가끔씩 먹는 특식, 시대가 변해도 통닭이 가지는 의미는 단어 자체에 서려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튀긴 닭이라는 물질적 의미를 넘어서 추억이 담긴 음식의 상징이 된 셈이죠.

어린 시절 여러분들의 통닭은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아버지가 구워주시던 갈비였습니다. 항상 화목한 분위기에서 먹었던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이 나는 음식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베스트에 오른 글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아떽띠해님의 'ㅌㅗㅇㄷㅏㄹㄱ'

https://m.fmkorea.com/489900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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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요일 마다 찾아갔던 할머니댁.

오 후 늦은 시간

오 르막길을 올라 귀가 하는 사람들 속

다 리 두개를 빼꼼 내민 봉투를 들고

아 는체하는 삼촌의 밝은 얼굴.

라 디에이터 끝에 걸터앉을 만큼

가 벼웠던 나의 가고 싶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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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저는 어렸을 때 집안 사람들은 두루두루 다 친한 줄 알았습니다. 부모님이 저에게 주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사랑이 촌수를 막론하고 오갈 거라 생각했죠.

제가 그런 착각을 한 것은 만날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사래치는 저의 주머니 속에 용돈을 억지로 넣어주시던 고모 삼촌 덕분이었습니다.

다툴 거리가 있어도 아이는 모르게 하자. 그런 암묵적인 약속이 화자의 가족들 사이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있었어도 괜찮았겠죠.

이 작품은 라디에이터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어린 아이의 기억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니 말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충홍님의 '치킨 대신 통닭'

https://m.fmkorea.com/4909328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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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대신 통닭

여덟살 꼬맹이
알사탕 들 무렵
아빠가 사올 통닭을 기다린다

스물여덟 자취생
이젠 철 들 무렵
배알도 없이 치킨을 기다린다

마흔셋 아버지
이젠 책임질 무렵
동네시장 통닭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아버지
추억에 잠길 무렵
치킨 대신 통닭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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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추억의 음식은 변하지 않습니다. 추억의 음식이 La 갈비인 집에서 자란 아이는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갈 때 La 갈비를 사가겠죠. 양념치킨인 아이는 양념치킨을 사갈테고요. 자주 시켜먹었던 단골집이 남아있다면 간만에 들러서 옛날 얘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따로 떨어져서 살면 아예 안 먹거나 잊는 경우도 많습니다. 입맛이 변해서일수도 있고 다른 집에서는 어릴 때 먹던 그 맛이 안 나서 그럴 수도 있죠.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함께 안 먹으면 의미가 없어서' 입니다.

아버지는 자식이 없다면 통닭을 사오셨을까요. 사실 치킨을 더 좋아했던 아들도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신 집으로 갈 땐 통닭을 사갑니다.

이들에게 통닭은 가족입니다. 그리고 기다림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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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가족적인 색채가 깊은 음식이 주제였는데요. 제 예상보다 가지고 있는 뜻이 더 깊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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