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오늘 하루만 '다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시작할 때는 많은 힘이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기계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에어컨도 전원 버튼을 누르고 희망하는 온도에 도달하기까지 제일 많은 전력이 소비되는 것처럼 우리도 무언가 결단하고 시작하고 그 일에 익숙하게 되기까지의 그 시간이 어쩌면 가장 고되고, 어려운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러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를 선택할 때 어느 면에서는 조금 더 잘 선택할 수 있는 노하우, 지혜가 생기게 된 것이 있는가 반면 또 어느 면에서는 더 머뭇거리게 되고, 더 많이 고민하고, 주저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 이런 말을 중얼거리곤 한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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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예전에는 조금 더 무모했고, 조금 더 도전적이었던 것 같다. 마치 어린아이가 뜨거운 줄 모르고 호기심으로 인해 결국은 뜨거운 주전자에 손을 갖다 대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 것처럼.. 누군가가 보기에는 불 보듯 뻔한 어려운 일일 수 있으나 그 뒷일을 생각하고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기에는 내 안에 넘칠 듯 한 에너지와 열정이 가득히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더 시간이 지날수록 겁이 더 많아지고, 머뭇거리게 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선택이 내가 원하고 바랬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결과를 마주하게 되는 경험의 축적과 또 나의 선택으로 인한 책임이 뒤따르게 됨을 알기에 더욱이나 어린아이 일 때보다 아는 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실패에 두려움 또한 그만큼 더 커져서 난 어렸을 때보다 더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내 생각의 전환점을 갖게 된 한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건 바로 로봇들의 복싱 이야기로 구성된 ‘리얼 스틸’이라는 영화이다. 그 영화를 대략적으로 간추려 보면 이러하다. 고물 처리장에 버려진 깡통로봇인 ‘아톰’이라는 로봇과 향후 10년 동안은 이 로봇을 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챔피언 로봇인 ‘제우스’라는 로봇과의 대결!
깡통 로봇인 ‘아톰’은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복싱에서 가장 중요한 강한 펀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아톰에게 주목할 만한 딱 한 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스파링 로봇으로 만들어진 타고난 맷집이 바로 아톰에게 있던 유일한 것이었다. 그리고 제우스라는 로봇은 이름 그대로 굉장히 거대하고 머리도 두 개에 최신 장비를 갖추고 있는 로봇이었다. 결국 이 두 로봇은 큰 대회의 결승전에서 만나 대결을 하게 되는데 결국 근소한 점수의 차이로 제우스의 승으로 끝이 나지만 모든 관객들의 마음속에 우승자는 그 누구도 결정전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아톰이었다! 그렇게 제우스는 이겨도 이기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함으로 마무리되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강한 펀치가 있는 제우스가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 영화가 지금 사는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 역시도 스스로에게 내겐 어떤 강한 펀치가 있는지! 집중하고, 찾으려 부단히도 애써왔음을.. 그리고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이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무언가의 강함이 없으면 결국 나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내 안에 가득했음을 알게 됐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의 끝은 강력한 펀치를 가지고 있었던 제우스가 아닌 넘어져도 다시 한번 더 일어났던 아톰이 모든 이들의 승리자로 기억되고 마무리되었듯 이처럼 나 역시도 무언가 강력한 펀치가 없다 할지라도 그 누구도 주목해주는 뛰어난 재능이 없다 할지라도 다시 한번 더 일어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시간이 지날수록 언제나 이 세상은 꽃길만은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게 되고 마치 링위에서 싸우는 듯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나는 무던가를 시작해보기도 전에 내 안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없기에 때론 실망했고, 또 시작했어도 실패를 경험했기에 무언가를 또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링 위에 있는 나에게 필요한 건 강한 펀치! 남들보다 뛰어난 무언가! 보다 무언가를 시작해보고 넘어지고 때론 실패했다 할지라도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일어날 힘! 그 힘이 내게 더 필요했다.
그렇게 다짐했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난 여전히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실패할까 봐 두렵고 걱정되어 아무것도 잘 선택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왜 딱 이렇다 할만한 강한 펀치가 없는지에 또 집중하며 한 숨이 쉴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주저할 때마다 스스로 생각하는 말은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한번 일어서면 되지!'라고 속으로 되뇐다.
무언가 처음부터 이겨야 하고, 반드시 잘 해내야만 할 것 같은 그 생각에 여전히 나에게 강한 펀치가 없음을 집중하며 링 위에도 올라가 보지 못하고 그만 두기보단 스스로 뭐라 자랑할만한 그 무엇이 없다 할지라도 링 위에 올라가서 ‘딱 한 번만 다시 일어서는 힘’을 기르는 것!
사실 여전히 익숙한 것을 할 때도 누군가가 '너 성공할 수 있어?! 너 정말 할 수 있겠어?'라고 물어보면 난 사실 그럴 자신이 없다. 나는 그렇다 할 강한 펀치! 특출함이 여전히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다 할지라도 넘어졌다 할지라도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더’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많은 운동선수만 보아도 분명 포기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고, 넘어졌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다시 한번 더!’ 일어나서 무언가를 계속 꾸준히 했기에 그토록 원했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을 것이다. 꼭 TV 속에 나오는 대단한 이들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역시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을 그 순간에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켰기에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
'다시'
'다시..!'
무엇인가 처음부터 넘어지지 않고, 꼭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려 하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실패했다 할지라도 그 자리에서 딱 한 번만 다시 해볼 힘을 기르자!
언제나 새해가 되면 영어공부를 해야지 다짐했다가도 이전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또 무언가를 시도하기에 머뭇거려진다면 1년을 지속하고, 100일을 잘해보자!라는 것보단 지금 딱 하루! 오늘 한 번만! 다시 해보는 것!
평생의 숙제 다이어트도 작심 삼일로 항상 끝나서 또 시작하기에 머뭇거려진다면 20kg을 빼고, 10kg를 뺀다는 목표 말고 오늘 딱 한 번만 다시 시도해보는 것! 이외에도 일도 인간관계도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다 그만두고 싶고, 주저앉아있고 싶고, 포기하고 싶을 때 오늘 딱 하루만 다시 일어나 보는 것!
지금 우리가 걸어 다닐 수 있다면 우린 어렸을 적 수 도 없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분명 우리는 다시 일어난 경험이 있다.
강한 펀치에 집중하지 말고
계속 넘어져도 미리 애써 포기하지 말고
있는 그 자리에서 딱 한 번만 '다시'
절대 넘어지지 않으려 힘을 잔뜩 주지 말고
넘어져도 괜찮으니 우리 한번만
있는 그 자리에서 딱 한 번만 ‘다시’
우리 처음부터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고
처음부터 잘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렇게 딱 한 번만 ‘다시’ 해보는 것!
세상이 주목하는 강한 펀치가 없다 할지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충분하다.
우리 있는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일어날 회복력의 힘을 길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