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친 사람의 이야기
초기에 컨설팅을 수행하기 위해, 여러 아웃소싱 사이트와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서비스를 올렸다.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데이터 분석을 해준다는 내용이었고,
아직 경험이 많이 없었던 시기라 다른 데이터 분석 서비스와 다른 점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는 것 외에 크게 없었다.
어느 정도까지 분석을 해줘야 할지, 어떤 부분까지 컨설팅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었다.
여러 고민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컨설팅 비용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프로그램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가격을 보고 비슷하게 설정했다.
데이터를 받아 분석을 수행하고 결과를 도출해 내는 작업으로, 건당 1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로 시작하였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의뢰가 들어와서 작업을 해주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다 보니 좋은 평가도 많이 쌓이기 시작했고,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늘어나자,
데이터 분석 컨설팅 서비스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다양한 데이터와 사례를 해결할 수 있어서 실력이 매우 빠르게 늘어갔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학기 말 시즌이 되면,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의 중간/기말고사 숙제풀이나, 리포트를 대신 만들어 달라는 문의도 들어왔다.
가격이 생각보다 부담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교육 사업을 하려는 입장에서, 숙제나 시험을 대신 치르는 의뢰는 당연히 거절하였다.
설령 해준다 하더라도, 아카데미에서 나오는 교육용 예제 데이터에는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요소들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컨설팅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는 시점에는 이런 의뢰가 갈수록 빈번해졌다.
나중엔 사람들이 학교 숙제나 과제를 밝히지 않은 채 문의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으며,
프로그래밍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영역이 점차 인기를 끌며, 준비한 컨설팅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들이 매우 많이 생겼다.
현장에서 나오는 고퀄리티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 의뢰를 받기 위해서는 다른 서비스들과 차별점이 필요했다.
보통 시장에서 비슷한 서비스나 재화들이 경쟁을 할 때, 같은 품질의 서비스에서 가격을 낮추어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전략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그땐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현장의 데이터를 의뢰할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서비스 가격을 가장 비싼 가격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가격을 매우 높게 올려놓자, 기업이나 정부기관, 연구기관에서 직책이 높은 사람들에게 연락이 왔다.
병원장, 대학교수, 정책연구원, 장교 등
비용에 대해 다소 자유롭고, 정말 실효성 있는 과제를 수행해야 할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서비스 품질도 가격에 맞게 올려야 했다.
컨설팅과 교육을 같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성하였다.
의뢰가 들어오는 단계부터 대면 미팅을 통해, 데이터와 과제에 대해, 직접 공부하고 어떻게 풀어갈지 연구했다.
어려운 과제의 경우엔 기업에 상주하며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였고, 현장 답사도 수행을 하며 컨설팅이 진행되었다.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는지도 봐야겠다며, 데이터가 들어오는 부분부터 모든 과정을 눈에 담고 공부하였다.
그렇게 수행하며 해낸 과제들은 기존의 의뢰들과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였다.
가격에 맞는 품질을 내기 위해 몇 날밤을 새 가며 엄청난 노력들을 쏟아부었고,
이 노력과 성과를 본 의뢰인들은 이후에 발생하는 사내 강의와 컨설팅을 모두 맡기게 되었다.
주 고객을 확보하게 된 셈이었다.
난이도가 엄청난 만큼 실력도 빠르게 늘었다.
유사한 업종에서 컨설팅 의뢰가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 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일정한 수익구조 없이 소규모 강의와 아웃소싱 의뢰로 하루 벌이를 하던 7년 전 그때,
가격을 높이면 높은 가격 맞는 컨설팅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엄청난 노력들을 더 쏟아야 했고,
적당한 가격을 보고 의뢰하던 고객들은 모두 다른 서비스로 이탈할 것이 분명했다.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보면 가격을 가장 높게 올리는 것은 어쩌면 최악의 선택일 수 도 있었다.
하지만 컨설팅 의뢰 가격을 과감하게 높이지 않았다면, 절대로 고품질의 데이터를 볼 수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주 고객들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걱정해서 주저했다면,
고품질의 노력과 경험을 향해 뛰어들지 않았다면,
현재의 가치 있는 실력과 경험을 가질 수 있었을까?
지금도 문득 서비스 가격을 가장 높게 올려놨던 그때를 생각하면, “미쳤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 그 미친 사람의 결정은 그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