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전국 어디서든 접근이 용이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택배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괜히 악명 높은(?) '옥천 허브'가 나왔겠는가!
게다가 옥천은 국내군 단위 중 기차로의 접근성이 단연 뛰어난 곳이기도 하다. 경부선의 중앙에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어, 홀연히 KTX를 타고 대전에서도 이동 가능하니 교통의 요지답다.
물론, 옥천군 자체의 면적이 좁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주로 가는 '옥천읍' 그중에서도 '구읍'지역은 옥천역에서도 택시로 10분 남짓이면 도착하는 지역이라 뚜벅이들에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큰 고민 없이 택했다. 아이들과의 옥천 뚜벅이 여행을.
같은 장소에서 새로운 정취를 발견하는 일이란
우리 아이 둘, 조카들 둘까지 도합 4명의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닌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기저귀 가방을 졸업하니 짐가방 부피가 꽤 줄었고, 유아식이 아닌 일반식사가 가능하게 되니 메뉴 걱정도 줄었다. 게다가 유모차 없이도 모두들 긴 시간을 잘 버텨주니 이만하면 많이 컸다 싶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은 제대로 된 여행을 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옥천행을 통해 깊이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같은 여행지라도 누구와 가느냐 혹은 아이들이 얼마나 컸느냐에 따라 여행의 양상이 참 많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여행 속도 페이스에 조금은 따라올 수 있게 되니,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 덕분에 새로운 풍경과 할 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밤마실이다. 밤마실이 뭐 특별할까 싶지만, 어린아이들과 여유로운 밤 산책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은 경험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행지가 주는 약간의 흥분과 새로움에 대한 기대, 그리고 봄날의 정취까지 더해져 그날의 밤은 특별할 조건이 없지만 무척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겨우 숙소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시골밤을 거닐던 아주 지극히 평범한 루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시골 카페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달콤한 디저트와 시원한 음료수는 덤이었다. 개구리소리 가득한 저수지 둑방길을 거닐면서 캄캄한 시골밤 속에 도드라진 숙소와 카페의 조명을 음미하는 특별한 경험이라니. 도시의 일상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조합이렸다. 아이들은 이 밤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아이들이 커가니 바뀐 여행의 모습
부모가 아무리 고심하며 계획하여 아이들에게 좋은 체험활동을 찾아다녀도 다 받아들이는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적기교육이 있는가도 싶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여행 시, 7.8,9,10세의 아이들은 함께 새로운 무언가를 체험하며 받아들이기 참 좋은 시기였다.
한복도 입어보고 전통오란다도 만들어보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재료를 준비하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오란다를 만드는 아이들의 모습이란. 부모로서 기특하고 뿌듯한 순간이 이럴 때일까 싶다.
왕자와 공주가 된 듯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도 특별하게 남이 있길 바란다.
새로움의 연속인 아이들과의 여행
그동안 아이들과 옥천에는 종종 다녀왔다. 그러나 이번 여행처럼 여행의 반경을 넓히고 체험을 확대했던 적이 있었던가. 마치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처럼 좀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고 하면 표현이 적절하려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