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콘서트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은 온통 높은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평창'이라는 점이다.
다리를 건너 축제에 가보자
더위사냥 축제
이 지역의 대표적 축제답게 이른 시간부터 축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먹거리와 볼거리, 체험할 거리로 가득한 부스는 보기만 해도 신이 난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더위사냥축제'는 평창의 대표적 여름맞이 축제로, 연간 10도씨 이하의 냉천수가 흐르는 평창군 대화면 땀띠공원 근처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 이름마저 낭만적인 '꿈의 대화' 캠핑장에서 숙박을 할 수도 있고, 500년 전통의 대화장도 지척에 있다. 참고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허생원과 동이가 같이 향했던 곳이 바로 이 대화장이다.
개인적으로 축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색다른 풍경에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이 났다. 더군다나 바로 며칠 전 이 축제장을 찾았다가 폭우를 만나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까지 한 추억도 있는 곳이다.
붉은색 옷을 입은 일명 '땀띠귀신'들이 물총을 들고 괴성을 지르며 무대 위로 난입하는 퍼포먼스는 축제의 백미였다. 모든 참가자가 중앙 무대 근처로 모이면, 여기저기서 물대포가 터지며 음악소리와 함께 한바탕 워터쇼가 펼쳐진다. 관객과 밀당을 하는 사회자의 능숙한 진행을 보는 것도 색다른 볼거리다. 참가자들은 온몸이 흠뻑 물에 젖건 말건 음악과 분위기 속에 취해현장 그 자체를 즐기는 듯 보였다.
축제를 즐기기엔 너무 어린 나이의 아이들, 그리고 축알못(축제 알지 못하는) 엄마인 나는 그저 생경한 광경을 보며 나름의 재미를 찾아갔다.
먹거리와 볼거리가 빠지면 섭섭하죠
지방 축제라 해서 먹거리 장터에 지역 특산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핫도그나 소떡소떡 같은 분식부터 햄버거, 치킨, 커피까지 장터와 푸드트럭의 조화가 이색적이다.
먹거리보다도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으니, 바로 놀이기구였다. 이런 지역축제에 와야만 볼 수 있는 바이킹과 다람쥐그네가 체험부스 한편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인당 5천 원. 함께한 아이가 네 명이니 순식간에 탕진잼이다. 그래도 축제니까 오늘은 관대해 지기로 했다. 그러다가 놀이기구를 두 번씩 타겠다고 우기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데리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축제장 한편에서는 송어잡이 체험이 한창이다. 평창은 송어로도 유명한데, 체험비를 내면 한 마리를 잡게 보장해 준단다. 게다가 즉석에서 송어구이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하니 구미가 당기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 다음을 기약해 본다.
시원한 동굴구경까지 한 번에
강원도답게 유명한 동굴이 축제장 근처에도 있었다. '광천선굴'이란 곳인데 수도권에 위치한 광명동굴보다 아이와 가기 좋다고 하여 들렀다. 축제장에서 약 1킬로미터 정도이며, 축제장에서 동굴까지 열차를 운행하고 있어 매력적이다.
유모차도 다닐 만큼 완만한 경사로에, 진기한 동굴 속 돌과 바위를 구경하니 신세계다. 동굴 안의 기온은 연중 10~12도 정도라고 하니 피서지로도합격이다. 더위사냥 축제 참가자들에게는 할인혜택이 있어서 더욱 좋았다.
한여름이 이렇게 시원했던 적이 있었을까?
이런 대규모 지역축제를 아이들과 방문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는 건 당연하지만, 대한민국 한여름에 이렇게 시원한 곳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만 해도 이번 휴가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다들 여름엔 강원도로 향하는 것인가? 여름의 강원도는 동해바다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 같은 서울촌놈에게 이렇게 시원한 산과 계곡, 그리고 시원하고 이색적인 동굴까지 경험하게 해 준 이번 여름 축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