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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긴스 Jan 08. 2022

연인

9. 비 오는 날의 카푸치노





어느 비 오는 날 퇴근길

사방이 유리로 된 그 카페에서

우리는 카푸치노를 마셨다


내가 만약 그림을 잘 그렸더라면

그날 그 창가에 나란히 앉은 너와 나를

그날은 행복한 감상에 젖어있었고

이제는 쓸쓸한 뒷모습의 너와 나를

머릿속처럼 완벽히 그려낼 수 있을까


그날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의  커피 맛도 기억나지 않는다

비가 얼마나 왔었는지 집에 갈 때쯤엔 그쳤었는지

계절도 어떤 옷을 입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단 한 장면

창밖을 보며 좋다, 미소 짓던 그 얼굴

그게 전부인데

그날은 그림처럼 눈에 남아

지워지지가 않는다


우리가 처음 마주친 그날

짧은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봤을 때

마치 울 것 같았던 네 얼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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