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 오는 날 퇴근길
사방이 유리로 된 그 카페에서
우리는 카푸치노를 마셨다
내가 만약 그림을 잘 그렸더라면
그날 그 창가에 나란히 앉은 너와 나를
그날은 행복한 감상에 젖어있었고
이제는 쓸쓸한 뒷모습의 너와 나를
머릿속처럼 완벽히 그려낼 수 있을까
그날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의 커피 맛도 기억나지 않는다
비가 얼마나 왔었는지 집에 갈 때쯤엔 그쳤었는지
계절도 어떤 옷을 입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단 한 장면
창밖을 보며 좋다, 미소 짓던 그 얼굴
그게 전부인데
그날은 그림처럼 눈에 남아
지워지지가 않는다
우리가 처음 마주친 그날
짧은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봤을 때
마치 울 것 같았던 네 얼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