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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히 Dec 31. 2022

새해가 뭐라고~

뭐 하룻밤 자고 일어난다고 해서 뽕밭이 바다가 되지는 않는다. 모처럼 해 뜨는 걸 본다고 해서 다음 날 해가 서쪽에서 뜨지는 않는다.     


늘 그렇듯 새해를 맞을 때는 특별히 유난스럽다. 뭔가 세상이 확 바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어야만 할 것 같고, 저 정동진에 가서 떠오르는 해를 꼭 봐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든다.     


새해를 맞는 마음은 늘 사뭇 비장했다. 목욕재계에서부터 손톱 발톱 깎기, 그리고 담배를 피우던 시절에는 마지막 담배라며, 담뱃갑에 남아 있던 담배를 모두 꺾어 버리는 호기를 보이기도 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깨닫는 데는 3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관성의 법칙은 물리에만 적용되는 아니었다. 제 버릇 남 주냐는 말이 딱 맞았다.       


가장 힘든 건 역시 금연이었다. 집에서는 어떻게든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집에서 공식적으로는 금연자였다) 회사에만 나갔다 하면 그 거친 담배의 유혹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담배를 끊은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참고로 담배는 새해가 됐다고 해서 끊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어느 때고 끊어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가 끊을 수 있는 시기다.(가급적이면 금연 패치든, 약이든 문명의 이기에 도움을 받는 걸 권장한다)     


새해가 다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달라지는 게 있었다. 바로 내 마음가짐이다.  


다이어리 사가지고 와서는, 내년엔 어떻게 살아가겠다 끄적이기도 하고, 버킷리스트를 잡아보기도 한다. 물론 그런 다짐이 무슨 소 힘줄처럼 질긴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약발이 며칠은 갈 게 분명하다.     

 

오늘 난, 마치 1년이라는 시간을 훅 뛰어넘는 타임머신을 기다리기도 하듯, 12시 제야의 종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밤 12시라는 시간이 참 엄청난 시간인 것 같다.     


매년 12월 31일의 밤 12시는 1년을 뛰어넘는 시간이고, 매월 31일의 밤 12시는 월을 뛰어넘는 시간이다. 매주 일요일의 밤 12시는 1주일을, 그리고 매일매일 밤 12시는 하루를 뛰어넘는 시간이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매일매일 밤 12시를 12월 31일 밤 12시 대하듯 한다면 그래도 좀 더 충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오늘은 아주 특별한 하루라 12시까지 버티고 있지만, 평소에 자정까지 버티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나름 아침형 인간의 삶을 살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 다누리호 달토끼 잡으러 카운트다운 돌입한 것처럼, 2023년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10, 9, 8, 7, 6, 5, 4, 3, 2, 1. 새해 복 많이 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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