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아파트는 거실 창문 앞에 상가 건물 하나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햇빛이 아예 안 들어오는 건 아니었지만, 찔끔 내비치는 햇빛이 못내 아쉬운 때가 많았다.
2년 전쯤 새로 이사 온 지금의 집은 햇빛 하나만큼은 풍요로웠다. 햇빛 부자였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야산과 커다란 은행나무는 그 햇빛의 배경이 되어주었다.
주말에 어디 나가지 않고 온전히 집안에서 뻗치기를 할 때가 있다. 아침부터 햇볕이 들어오기 시작해 점심시간이 좀 지날 무렵이면 햇볕의 강도가 최고조에 이른다. 여름 한낮이라면 그 햇발이 영 부담스럽겠지만 겨울로 넘어가는 이맘때 햇살은 마치 누군가 귀를 살살 파주듯, 노곤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을 주곤 한다.
한 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안락의자를 사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혔고, 몇 년 전 거금(?)을 들여 1인용 소파를 구매했다. 보통 물건을 구매해놓고는, 집구석 어딘가에 처박아 놓는 경우도 많은데 이 소파는 내가 참 자주 애용하는 것 중 하나다.
특히 점심 때 잠깐 낮잠을 자는 버릇을 들여놓은 덕에 주말에 집에 있을 때면, 1인용 소파를 뒤로 쭉 펼쳐놓고 한 30분 낮잠을 자는 재미가 쏠쏠하다. 햇살을 듬뿍 받을 수 있는 거실에서 마치 해바라기를 하는 고양이라도 된 양, 행복하다.
낮 12시의 시간. 해는 거실 창문을 정확히 반으로 가르면서 중천에 떠있고, 어제보다 훨씬 추워진 오늘 같은 날씨에 마치 난로라도 때는 듯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햇볕에 멍 때리며 졸음에 겨워한다.
개인적으로 겨울이라는 계절을 좋아하진 않는다. 날씨의 제약을 이래저래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로 향하는 가을을 참 많이 타기도 한다.
햇살 가득 이 집에 이사를 오고 나서는 햇살 비추는 그 순간들이 행복이다. 밖은 겨울이지만, 안은 봄이다. 그리고 나는 그 봄햇살 같은 겨울햇살에 몸을 맡긴다. 해바라기를 한다.
낮잠 자는 고양이나 개, 그리고 아기를 보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아마 해바라기를 하며 오수를 즐기는 내 얼굴에도 행복감이 가득해 보일지 모른다.
서쪽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햇살과 함께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노래 가사에는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아쉬움이 쌓이는 소리, 내 마음 무거워지는 소리라지만 지금 내 귀에는 그냥 햇살 내리쬐는 소리만 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