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전 오늘, 마치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그 느낌이 아직 생생하다. 머릿속 실타래가 온통 엉클어져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했던 그 상황. 지극히 현실적인 나는, 그 엉클어진 실타래를 그나마 빠르게 풀었던 것 같다. 그냥 가위로 싹둑 잘라버리듯, 아전인수 격으로 내가 생각하는 차선의 방법을 떠올렸고, 그게 바로 시간여행이라는 콘셉트로 브런치 글을 한번 써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노래 제목처럼 ‘벌써 1년’이 지났다. 잃어버린 1년이었을까. 그 1년 사이, 나에게 절망감을 안겨줬던 그 면접시험을 다시 볼 기회는 있었지만 브런치에 시간여행의 흔적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50대의 시간은 시속 50km로 간다더니, 1년이 어느덧 순식간에 훅 지나버린 느낌이다. 애초 브런치 글을 써보자 했던 때 생각은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을 속속들이 한번 느껴보자는 것이었다.
보통은 일상 업무에, 또 생활에, 그리고 하루의 3분의 1이라는 시간은 잠에 시간을 내주기 마련인데, 그 시간들을 한번 제대로 느껴보자는 것, 그렇게 시간을 느끼고 관찰하면 50km로 훌쩍훌쩍 지나는 시간들을 시속 30km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시간보호구역처럼.
특히 내가 궁금했던 건 밤 12시 이후의 시간들. 예전 군 복무 시절, 야간에 보초를 서면서 사시사철 새벽 시간들을 느껴봤다는 점이 그나마 군에서 얻은 수확이었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군 제대 후에는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12시 전이면 눈꺼풀이 감겼던 내게, 밤 12시에서 4시까지의 시간들은 참 먼 나라의 시간이 돼버렸다.
한 자, 한 자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지금, 일요일 저녁의 시간은 조급하게 흘러간다. 조금이라도 붙들어 두고 싶은 이 평온한 시간은 매정하게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2022년이라는 시간도 이렇게 무정하게 흘러가고 있다.
돌아보면 올해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첫째의 재수가 시작됐고, 둘째의 고3 생활이 이어졌다. 그리고 나도 수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자격증 시험 재수생의 시간을 보내왔다. 그렇게 올해의 시간은 시작됐고, 3일 전 수능시험이 끝났다. 내 자격증 시험은 그보다 전에 끝났다. 그리고 우리 네 가족은 모처럼 이번 주말, 온전히 편안하고 또 행복에 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지금 가고 있는 이 주말의 시간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1년 전 브런치 글을 보고, 정확히 1년 후에 브런치 글을 적다 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마치 하루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브런치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정말로 1년이라는 시간여행을 떠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온전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방법은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일까? 아무래도 다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소중한 순간순간들을 간직하기 위해서는.